CF시장 연예인 ‘빅모델’ 전성시대
'톱스타 대우' '단발 10억원' '최고 몸값'.... 온라인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연예인 광고 CF 계약과 관련된 기사 내용이다. 잘 키운 연예인은 100억 아니 1000억원 이상의 매출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다. 서로간의 이익은 상상 이상이다.
현빈은 올해초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가든’ 이후 현빈앓이라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TV광고시장에서 섭외 1순위로 오르기도 했다.
10대 교복으로 불리는 아웃도어룩 노스페이스에 이상기류가 흐른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10대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노스페이스였지만 경쟁업체인 K2와 네파로 돌아서는 이탈자(?)들을 쉽게 막지는 못했다. 10대의 교복 공식으로 통했던 노스페이스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현빈과 2PM 이었다. 노스페이스도 뒤늦게 눈치 채고 인기그룹 빅뱅을 내세웠지만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네파에 따르면 현재 10대 고객이 지난해와 비교해 7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2 측도 멤버십 가입 고객을 분석한 결과 10대 고객이 지난해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K2의 경우 현빈을 내세운 것이 ‘대박’의 비결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빈의 경우 해병대에 자원해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줬고, 드라마를 통해 세련된 이미지까지 보여줘 K2로서는 최고의 모델을 잡은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해 TV광고계를 평정했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은 가수 이승기의 경우, 업계에서는 이미 그를 ‘대박 연예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광고를 진행했던 한 회사의 경우 매출이 30% 이상 상승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여자 연예인을 내세워야 하지만 누나와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승기를 모델로 내세웠다”면서 “하나의 실험일 수 있지만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때문에 이승기를 내세우면 매출 10%는 무난히 달성이라는 말이 광고업계에 나돌 정도로 이승기의 인기는 하늘을 콕콕 찌르고 있다. 이승기는 지난 10월 한 달동안에만 지펠, KB금융그룹, 피자헛, 강원평창수, 청정원, 썬키스트, 액티비아, KB카드, 페리오, 더샘, 코오롱스포츠 등 무려 12개의 TV광고를 찍었다. 이승기가 현재도 준비 중인 광고 서너 편까지 포함하면 내년에도 그의 몸 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김연아 박지성 등 스포츠 스타도 호감도 ‘굿’스포츠스타 가운데 김연아와 박태환, 박지성, 차두리를 내세운 기업들도 고공 효과를 누린 케이스다. 삼성전자는 김연아 효과가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연아의 경우 매출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 브랜드에 엄청난 이미지 업 효과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2009년 김연아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하면서 삼성 에어컨 하우젠의 매출은 4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제일기획이 조사한 광고 효과 자료에 따르면 김연아가 출연한 삼성 하우젠 에어컨은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40.1%를 차지하면서 동종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LG휘센은 박태환과 손연재를 내세웠고, 290만원대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2배 이상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질레트는 지난해 초 100년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을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일으켰다. 그 한국인은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동 중인 박지성이다. 질레트가 보는 박지성 효과는 당초 생각 이상이었다. 지난해 월드컵 이후 박지성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다. 국내 모든 기업들이 박지성 잡기에 혈안이었다. 질레트의 경우, 이미 수차례 TV광고를 진행했고 이미지가 상승 효과를 제대로 맛봤다. 이미지 상승은 질레트 뿐만 아니다. 서울시도 2008~2009년 맨유에 25억원을 후원해 시즌 동안 307억원의 홍보효과를 거뒀다. 50억원 가량 맨유에 후원한 금호타이어도 박지성을 등에 업고 유럽시장에 강력한 이미지를 전파하는 효과를 누렸다.연예인을 내세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반면 연예인을 잘못 내세워 지옥을 경험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2005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인 X파일’이 탄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이 광고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연예인 스캔들 나면 기업 이미지 추락 위험성2001년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탤런트 황수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MBC 드라마 ‘허준’ 등을 통해 시청자에게 단아한 이미지를 각인했던 황수정은 이후 화장품, 은행, 광고 등 수십 개의 TV광고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되면서 황수정이 출연했던 기업들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특히 언론에 죄수복과 수갑 찬 모습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황수정의 이미지와 함께 기업 이미지도 크게 추락했다. 황수정이 출연했던 기업체들은 즉시 TV광고와 신문 등 지면 광고를 중단했지만 이미 떨어지고 있는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기는 부족했다. 당시 황수정이 출연했던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정말 끔찍했다. 황수정의 수갑 찬 모습이 1주일 동안 매일 9시 뉴스에 오르내렸고, 인터넷에서는 황수정의 모습이 광고에서 사용된 이미지와 함께 사용되면서 기업체들은 혼비백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인이 된 최진실의 경우도 이혼 등 가정 불화로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 사례 중 하나다. 최진실은 2004년 S사 아파트와 모델 계약을 맺고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부부간 폭행 등 불화로 언론에 공개되면서 S사는 광고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금 30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9년 대법원은 기업 이미지 손상을 입힌 만큼 소속사가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집은 곧 가정이라는 사회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판결이다. 당시 S아파트의 경우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할 정도로 그 영향은 매우 컸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골프선수 타이거우즈를 꼽을 수 있다. 타이거우즈는 2009년 불륜 사실이 들통 난 뒤 광고시장에서 영구 퇴출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디어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당시 NFL게임 등 스포츠 프로그램에 편성됐던 우즈의 광고들은 한꺼번에 날라갔다. 또 액센추어, 나이키, 게토레이, 태그호이어 시계, EA스포츠, 질레트 등이 그가 출연했던 광고들이다. 이 업체들 가운데 가장 치명타를 입은 기업은 나이키. 최근 의리를 내세워 다시 광고계약을 하고 나섰지만 당시에는 후원기업이라는 점에서 가장 타격이 컸었다.
기업들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사 등 특정인물을 통해 홍보를 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역효과도 있다. 지난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은 학살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주인공이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부터 법원 출두까지 프랑스 의류 브랜드인 ‘라코스테’ 상표만 고집했다. 체포된 직후 언론을 통해 라코스테 상표를 본 홍보직원들은 이후부터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라코스테사는 임직원까지 동원해 노르웨이 경찰에 “제발 자사 제품을 입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본인이 원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브레이비크는 심지어 학살극을 일으키기 전 선언문에 “나 처럼 고상한 사람은 라코스테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적은 사실도 공개됐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업이 검찰 조사 등으로 연예인에게 영향을 끼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대부업 광고다. 최근 수많은 연예인들이 대부업 광고에 출연해 적지 않은 출연료를 챙겼지만 ‘사채를 권하는 연예인’들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또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등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역으로 광고에 출연했던 연예인이 불똥을 맞기도 했다. 한 연예인은 “대부업 광고에 출연했다고 네티즌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면서 “당시 워낙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예정됐던 TV광고 계획이 철회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품보다 이미지’ 한국식 구매패턴이 원인한 차량이 사막을 내달렸다. 속도감을 최대한 느끼면서 사막 이곳저곳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역동적인 모습을 선사했다. 또 다른 장면도 있다. 김연아, 임수정, 장동건이 이 차량이 자신에게 꼭 맞는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두 장면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내보낸 CF광고들이다.
아이유는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와 성숙한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TV광고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미국이나 유럽 TV 광고에서는 연예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향수나 샴푸 등의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는 제품 정보를 알려주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한국 광고에서는 빠짐없이 연예인이 등장한다. 국내와 해외가 광고가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구매결정에 따른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광고가 소비자 구매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평균 6개의 광고를 기억하고 있다. 형태별로는 유명 연예인이나 감각적 이미지를 호소하는 감각형이 56.2%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 조사에서는 감각적 이미지 호소법이 전 연령대에 걸쳐 소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잠깐 질문 하나. 한 달 평균 국내 방송광고에 등장하는 연예인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520편이다. 반대로 등장하지 않는 연예인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2편이다. TV 시청자는 한 달 평균 530회의 광고를 시청하고 이 가운데서 520여편의 연예인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CM전략연구소가 조사한 10월 한 달 간 광고 동향에 따르면 한 달 532편의 TV 광고가 집행되고 10월 한 달 동안 새롭게 방송된 광고만 193편이 됐다. 이 중 123편은 광고 효과를 제대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수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TV광고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한국 사람의 심리적 현상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TBWA 코리아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경우 유명인사의 행동과 취향을 따라하려는 심리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고 풀이했다.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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