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 싸움 불 붙었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국내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하이마트를 두고 최대주주와 창업자가 한치 양보없는 싸움에 돌입했다.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지분'이라는 무기에다 '대주주의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으며, 하이마트는 '주주들이 믿고 맡긴 경영자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라는 '원칙론'으로 대응하는 형국이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의 대주주인 유진기업은 이달 30일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소집했고, 이때 선 회장을 밀어내고 유 회장을 하이마트 단독 대표이사로 앉히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갈등의 초점은 하이마트의 경영권.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경영권을 손에 넣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의 주력사업을 보완한다는 입장. 반면 하이마트는 지금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잘 성장해 왔는데 이제와서 유진그룹에 회사의 경영권을 넘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경영권 문제는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촉발됐다. 지난 2007년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하이마트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했던 기업은 GS리테일과 롯데, 유진 등이다. 이 가운데 유진그룹은 입찰금을 가장 적게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GSㆍ롯데와 달리 유진은 유통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하이마트는 AEP가 유진그룹에 회사를 매각하기를 희망했다. 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를 위해 선 회장과 유진기업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SPC의 지분을 40대60으로 나눠가졌다. 인수가 마무리 된 이후 SPC는 하이마트와 합병을 했고, 현재 하이마트의 지분관계도 같은 비율로 정리된 것이다. 현재 유진기업과 선종구 회장은 각각 31.34%, 17.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하이마트는 이 과정에서 경영은 선종구 회장이 맡는 것으로 유진과 합의를 했는데, 지금 유진이 이 약속을 깨트리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 반면 유진은 계약서상에 경영권을 명시한 조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진이 최대주주인 만큼 유 회장이 단독 대표로 올라서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유진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하이마트와 유진이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강조하고 있어, 투자자와 관련업계의 시선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같은날 열리는 임시 이사회의 안건은 '대표이사의 개임(改任)'이고 곧 이어 진행되는 주총에서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지분대결로 연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유진기업은 현재 보유중인 지분 31.34%에 하이마트 인수당시 함께했던 재무적투자자(FI)에게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6.9%)을 행사해 지분을 38.24%로 늘릴 방침이다. 확고한 지분 우위를 통해 하이마트를 손에 넣겠다는 것.반면 하이마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는 '일전불사'의 자세로 맞서고 있다. 선 회장은 지난 22일 임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진이 약 70%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경영을 제가(선종구 회장 본인) 전담하기로 약속한 것도 깨고 임시주총과 이사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유지분의 처분과 거취문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배수진을 쳤다. 23일 오전에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하이마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하이마트가 30일 지분 대결까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하이마트의 유동지분 33% 안팎이고, 재무투자자(FI)의 지분은 8%"라며 "유진도 우호지분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하이마트의 수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마트의 유동주식 가운데 2~3% 지분을 가진 소규모 FI가 몇몇 있는데 하이마트가 이들을 어떻게 우호지분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분 대결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간다면 유진기업이나 하이마트 양측의 이미지가 모두 악화될 수 있다"며 "유진그룹이 필요한 것은 유동자금이고, 하이마트가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인 만큼 주총이전에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고 전했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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