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보기···시계만 보고 있다

2일 외통위 여야 FTA 하루종일 대치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놓고 대치를 계속하는 가운데 3일 오후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여야는 전날까지도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막판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는데 주력했지만, 근본적인 견해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다. 특히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이 주무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전체회의장을 사흘째 점거한 채 실력저지에 나서고 있어 상임위 개회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직권상정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더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권상정의 경우 정치적 부담도 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첫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역풍'이 올수 있다. 또 국회 재적의원 295명 중 과반이 넘는 168명을 확보하고 있지만,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소장파 22명과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수당인 자유선진당의 동참이 불가피하지만, 선진당은 한미 FTA 비준 반대가 당론이다. 이에 10일까지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해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 2일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주변에서 여야 의원들이 하루종일 대치했다. 당초 이날 외통위는 전체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회의장은 이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홍희덕 의원, 무소속 조승수 의원 등에 의해 점거된 상황이었다.  소회의실에서 외교부 예산심사를 진행하던 남 위원장은 오후 2시께 구두로 한미 FTA 비준안을 전격 상정했다. 남 위원장은 "이런식 이라면 그냥 FTA 심의할 수 밖에 없다"며 예상에도 없던 안건을 기습 상정한 것이다.  허가 찔린 야당 의원들은 남 위원장을 포위한 채 의사진행을 막았다. 흰 와이셔츠를 걷어부친 정동영 의원은 남 위원장에게 "이대로 날치기 하면 이완용이 된다"고 비난하자 남 위원장은 "당신이 이완용"이라고 맞받아쳤다. 남 위원장은 오후 2시 30분께 "점거를 풀면 회의를 산회해 오늘은 비준안을 처리 하지 않겠다"면서 전체회의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가 선포됐지만 여야 의원, 당직자, 취재진들은 소회의실을 가득 매운 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회의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도 오갔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 당직자가 자신의 뒤쪽에 서 있는 것을 알아채고 "신변의 위험을 느낀다"고 소리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간 당직자를 향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따졌다. 여야 원내대표 긴급 회동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께 남 위원장은 외통위 전체회의를 속개했다. 남 위원장은 전체회의실을 점거하는 야당 의원과 수차례 통화 끝에 6시 20분께 "내일 본회의까지 외통위 회의를 안할 것"이라며 산회를 선포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기습 상정에 대비, 외통위 전체회의실 점거를 풀지 않았다. 산회가 선포되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상득 의원은 남 위원장을 향해 "순진하다. 순진해"라고 말했고 김세연 의원은 "정족수가 됐는데 끝까지 참았다"면서 "누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거냐"고 소리쳤다.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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