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구제금융처럼 시간만 끌고 비용만 늘려..ECB 지원 이뤄져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를 통한 유로존의 재정위기 해법이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는 유로존 내 AAA 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들의 신용도와 관련된 문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유로존의 구제금융 펀드가 결국에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7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로존 정상들이 레버리지(신용차입)를 통해 EFSF를 확대키로 한 것과 관련해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결국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처럼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G는 2008년 9월 미 정부로부터 850억달러를 지원받고 파산을 면했으나 이후 몇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 자금이 투입돼 정부의 지원금 규모는 1823억달러로 증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AIG를 예로 들며 EFSF도 결국 시간을 끌면서 유로존 국가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26일 회의를 통해 4400억유로의 EFSF 규모를 레버리지를 통해 1조유로로 확대키로 합의했다. 크루그먼은 "유로존은 기본적으로 여전히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도를 이용해 신뢰도를 얻으려 하고 있지만 그 범주에 드는 국가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현재 유로존 17개 회원국 중 6개 국가가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AAA 신용등급도 강등 위협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무디스와 S&P는 최근 잇달아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크루그먼은 "현재 정부 재정이 튼튼한 곳은 독일”이라며 "프랑스 조차 다소 불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인쇄기(the printing press)의 지원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자체 신용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ECB가 EFSF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안을 주도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CB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ECB가 EFSF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장을 묵살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크루그먼은 "어떤 점에서는 ECB가 기꺼이 유로존 내에서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지 못한 조언을 하고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최악은 아테네 거리에서 시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ECB 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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