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상한 상황, 위기감 없는 예산안

1년여 만에 비상경제대책회의가 다시 열린다. 청와대는 어제 그동안 매달 2차례 개최해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다음 주부터 비상경제대책회의로 바꿔 매주 열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월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한 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다 지난해 9월 국민경제대책회의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오늘 발표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국내외 기관들이 대부분 내년 성장률을 4% 아래로 낮춰 잡는 판에 정부만 홀로 올해 성장률(4.5%)과 비슷하게 보는 등 낙관적이다. 지금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이 코앞인데 내년 평균환율을 1070원으로 예상한다. '일자리 예산'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4대 핵심 일자리 확충 사업이란 것들이 새로운 게 없고 구체성이 떨어진다.  벌써 두 달 째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도 미덥지 않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다며 과민반응하지 말라지만, 외국인들은 주식을 대거 내다 팔고 원ㆍ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 국가부도 위험지수도 올라가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프랑스보다 높아졌다. 정부는 계속 괜찮다며 펀더멘털 타령이지만 밖에선 그리 보지 않고 한국 시장에 잠시 돈을 넣어 두었다가 빼내가는 형국이 되풀이되는 탓이다. 국민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알릴 것은 소상히 알리고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 더구나 이번 2차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정치상황이 달라 국민의 걱정을 더한다. 과거 위기 때는 정권 초기로 국민의 지지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정권 후반의 레임덕 현상을 빚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 저축은행 부실감독, 잇단 비리의혹 등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도 심각하다. 이번 위기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이중 경기침체(더블딥)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은 현 상황을 경제비상으로 규정하고 비상한 각오로 당ㆍ정ㆍ청의 위기관리체제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면서 위기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라는 스스로의 발언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은 최고사령관, 장관은 야전사령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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