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세점에 '붉은 깃발' 싹쓸이단

21일 소공동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설화수' 매장. 붉은 깃발을 든 가이드의 뒤를 따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신이 난 관광객들이 떠드는 소리에 바로 옆에 위치한 '후' 매장 직원들은 마치 '시장통'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판매를 하고 있었다. 계산대에는 화장품을 양손에 가득 든 중국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면세점 곳곳을 가득 채운 '붉은 깃발부대'를 피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중국어 방송이 계속 울려퍼졌다.손님이 가장 많이 붐비는 화장품 매장의 한 직원은 “일본인 관광객들도 최근에 다시 많이 오시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묻혔다”면서 “정말 혼이 쏙 빠진다”며 손사래를 쳤다.면세점 곳곳에는 미스코리아처럼 '중국어 통역가능'이라는 띠를 두른 직원들이 배치됐고, 실물 크기의 연예인 모델사진이 붙은 안내판에는 일본어 대신 중국어 안내문이 붙었다. 전체 직원들 중 일본어 능통 직원과 중국어 능통 직원들은 반반 정도 수준이지만 중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설화수, 후 등 한방화장품 매장과 롤렉스 등 럭셔리 시계 매장에는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들이 전면으로 재배치됐다. 면세점업계는 오는 27일까지 10여차례에 걸쳐 나눠 들어오는 바오젠그룹 인센티브 관광단에 이어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 연휴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본점은 9월 들어 20일까지 중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단 하루 만에 45억9200만원 매출이라는 사상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신라면세점 서울점의 중국인 매출은 9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약 289% 신장했다. 특히 럭셔리 시계·주얼리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70%가량 급신장했다.중국인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한방 화장품, 럭셔리 시계, 홍삼 등이다. 중국인들이 '사족을 못 쓰는' 브랜드는 롤렉스. 일부 부유층 중국 관광객들의 경우 롤렉스 매대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전시된 시계를 한꺼번에 가방에 쓸어담기도 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롤렉스 외에 고급 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 오메가 등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의 씀씀이는 내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화장품을 사더라도 박스로 몇 박스씩 사 간다”면서 “테스트를 해 보고 자기피부에 맞다 싶으면 3~5개 묶음세트로 바로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주로 미샤,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국산 화장품을 선호하는 데 반해 중국인들은 한방 럭셔리 화장품인 설화수를 너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정관장 홍삼도 중국인들이 한국여행에서 절대 빼놓지 않고 사 가는 품목으로 중국인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루이뷔통, 구찌, 페레가모 등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면세점 내 명품 매장에 길게 늘어선 줄의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매출이 꾸준히 신장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중국인 포상휴가 수요 때문에 지금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10월 초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에도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몰려들 것으로 보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제품 구비나 직원교육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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