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저축은행과 헤지펀드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19일 성남에 위치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기위해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을 예금해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고 존폐 위기로 내몰렸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몰려든 예금자들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괜찮다'던 정부의 발언에 뒷통수를 맞았다는 불만 등이 쏟아졌다. #특급호텔의 연회장에 말쑥히 차려입은 강남 부자들이 속속 자리를 잡는다. 한 증권사가 국내 도입 초읽기에 들어간 헤지펀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부자들에게 걸맞은 최고급 메뉴와 와인에 '나가수' 출연자의 공연까지 곁들여진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쪽집게 식으로 전해주는 투자 노하우는 기본이다.  지금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상반된 두 장면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서민들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신상품인 헤지펀드 도입이 추진되면서 이에 대한 준비와 사전 홍보도 열기가 뜨겁다. 헤지펀드로 돈이 몰리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헤지펀드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절대수익, 즉 어떠한 시장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전세계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과실이 거액 자산가들만의 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편치 않다. 부자들이 지난해부터 한발 앞서 투자한 자문형 랩이 질주하는 사이 일반인들은 주식형 펀드의 초라한 성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책당국은 헤지펀드 도입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이 한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예금과 펀드를 통해 자산을 불려갈 기회가 점차 사라지는 서민들에게는 '남의 일'에 불과하다. 은행 예금 금리는 내려가기만 하고, 올해 중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지만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니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왠지 개운치 않다.  최근 정부는 부자 감세정책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그렇다고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대책이 나온 것도 아니다. 서민들이 금융시장에서 한푼 두푼 종자돈을 모으고 이를 안정적으로 불릴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사들도 부자 마케팅 외에 일반 서민의 자산 형성에 기여할 상품을 제공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환위기 시절 등장했던 '바이코리아'펀드가 그리운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증권부 백종민차장 cinqange@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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