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에너지공기업, 연 31억 협회비로 썼네

한전, 전경련에 1300만원씩…선진화감사포럼에도 다수 가입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에너지공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영역과 전혀 무관한 민간협회나 정치색이 짙은 협회에 연간 수억원의 회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권과의 교감을 위한 협회 가입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 의원(민주당)이 19일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ㆍ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지역난방공사ㆍ석탄공사ㆍ광물자원공사 등 6대 에너지공기업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전의 6개 자회사가 가입한 협회수는 평균 24개, 연회비 지출규모는 2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신규로 가입한 협회에 낸 가입비 4억5000만원까지 더하면 지난 한 해에만 31억5000만원이 회비로 지출됐다. 한전의 경우, 대기업 총수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매년 1332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다. 한전의 자회사인 서부발전은 지난해 전경련과 전경련 국제경영원에 동시에 가입해 연회비 750만원과 가입비 150만원을 지출했다.특히 한전을 뺀 5대 에너지공기업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주요역할을 한 인사로 구성된 선진화감사포럼에 일제히 가입해 매년 회비를 내고 있다. 선진화감사포럼은 112개 공공기관의 감사 모임이다. 구성원 다수가 친여성향이며 낙하산 인사로 구성돼 있다. 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도 선진화감사포럼에 80만원 연회비를 냈다.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를 맡았던 이택관 한국환경공단감사가 현재 협회장을 맡고있다. 이밖에 에너지 영역과 아무런 상관없는 협회나 포럼으로도 공기업 돈이 새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자사 출신 회원들의 친목모임인 난우회에 지난해 연회비로 1000만원을 썼다. 한국가스공사는 기관장들의 친목단체인 화요회와 한국산업간호협회에 각각 200만원, 14만원을 연회비를 지출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도서관협회에 40만원, 대한영양사협회에 10만원씩 매년 회비를 냈다. 수력원자력은 영업정지 당한 전일상호저축은행 심학섭 대표이사가 협회장인 서일회(서울일류기업인들의 모임)에 해마다 12만원을 지출했다. 기관별 연회비 지출규모를 살펴보면 한전이 10억여원으로 가장 많고, 석유공사 2억8000만원, 가스공사 2억6000만원, 난방공사 2억4000만원, 광물자원공사 1억8000만원, 석탄공사 2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6개 자회사가 지출한 연회비는 7억원 정도다. 반면 지난해 12개 에너지공기업 부채는 96조원에 달하는 등 공기업 부채는 점점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6대 에너지공기업의 순이익은 2009년 대비 3000억원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줄었다.조 의원은 "공기업들이 요금인상 억제와 해외자원 개발 투자로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협회비를 지출하는 건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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