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레터]디자이너 떠나는 캐릭터 산업

이승종 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애플에서 쫓겨난 스브 잡스가 기사회생한 계기는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의 성공이었습니다. 그가 인수한 픽사가 연거푸 히트작을 쏟아내며 대박을 터뜨리자 애플에서 러브콜을 보낸 것이지요.그렇다면 픽사의 성공은 누구의 작품일까요. 최대 주주였던 잡스의 영향도 있겠지만 픽사 소속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존 래스터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래스터의 손 끝에서 토이스토리 등 픽사의 대표작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달리 보면 그만큼 디자이너의 역할이 크고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래스터가 없었다면 잡스의 귀환도, 애플의 성공도 없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최근 한 캐릭터 디자이너를 만나며 래스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년 전 함께 일하던 캐릭터 디자이너 중 지금까지 현업에 있는 이는 한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빠져 나갔죠."캐릭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가 좋아 지금까지 버텼다던 그도 언제까지 머무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디자이너들을 떠나게 만든 건 국내 캐릭터 환경의 열악함입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따르지 않으니 질려버리는 겁니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혹자는 국내 캐릭터의 성과로 뽀로로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뽀로로 쏠림 현상이 되레 독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또한 유아 캐릭터인 뽀로로만으로는 전체 캐릭터 시장을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미키마우스, 일본의 헬로키티 같은 영향력을 갖추긴 어렵다는 소리입니다. 지금도 매년 사라지는 캐릭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 안에 제2의 둘리가, 미키마우스가, 텔레토비가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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