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 금 맡기고 달러 조달

부채 우려로 유로 조달비용 급증..금 시세차익 포기하고 달러 조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은행들이 달러 자금 조달을 위해 금을 사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존 부채 우려로 가치가 떨어진 유로로 달러를 조달하기가 힘겨워지자 금으로 달러를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달러로 교환하기 위해 금을 빌려주는 거래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달러 교환을 위해 금을 빌려주는데 적용되는 금 리스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개월 금 리스 금리는 역사상 최저인 -0.48%까지 하락했다. 은행들이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금을 1개월간 맡기는데 0.48%의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을 받고 달러를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연간 0.48%의 이자 수익도 챙기면서 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도 노릴 수 있는 셈. 에델 툴리 UBS 귀금속 투자전략가는 "리스 금리의 하락은 달러를 위해 금을 교환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통상 결산 시기에 은행들이 금을 맡기고 달러를 조달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최근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그만큼 달러를 조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유럽 은행들이 유로를 달러로 교환하는데 드는 비용은 지난 6월 이후 다섯 배로 뛰어 2008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 유로존 부채 위기감이 커지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들은 유로 대신 금을 사용해 달러를 조달하고 있다. 금을 맡기고 달러를 조달할 경우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금이 상승할 경우 시세 차익도 포기해야 한다. 트레이더들은 금 리스 수요 급증을 금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시장에 금 공급이 늘어나다 보니 금 가격 상승이 제한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만큼 신용 경색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 HSBC의 제임스 스틸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지난 이틀간 금 리스 금리가 크게 하락했는데 금 보유자들이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금 가격 약세 요인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금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 현물 가격은 14일 전일 대비 0.8% 하락한 온스당 181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기록한 사상최고치 1920.30달러에 비해 5.3% 하락한 것이다. 트레이더들은 금 가격이 온스당 18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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