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친(親)시장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기조였던 감세정책이 좌초됐다.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감세철회는 없다고 했지만 부자, 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어 경기를 살리자는 한나라당과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세수확보가 필요한 정부가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한나라당과 정부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합의한 안에 따르면 대기업에 주로 적용되는 과표 500억원이상 법인세 최고세율(22%)은 감세가 철회된다. 유망 중소, 중견기업을 위하여 과표 2억원 이상의 중간구간을 신설하여 당초 예정대로 법인세율을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중간세율 구간의 상한에는 이견(당 100억원, 정부 500억원)이 있어 추후 계속 조율하기로 했다. 소득세도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하여 소득세 최고세율(35%)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2008년 말 국회를 통과한 뒤 2년여 동안 상당 부분 시행돼왔다. 남은 것은 8800만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35→33%)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22→20%)다. 당정이 감세를 철회함에 따라 내년 귀속분부터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은 20%에서 22%로,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은 33%에서 35%로 각각 환원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철회에 따른 세수 증가는 2013년 법인세 2조9000억원, 소득세 8957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를 유지하면 세수는 2조8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했다.감세정책 철회는 이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중기재정 계획상 2013년은 6조 정도의 적자부채 발행이 있고, 2014년에는 2조원 정도 흑자를 내는 것이었다.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기라는 지시였다. 기획재정부는 감세기조 유지를 전제로 하면서도 "조세수입을 늘리는 방향에서 증세가 될 수 있고, 감세 조정도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었다. 그러나 감세정책 철회나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생산을 제약해 물가상승 압력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유동성 확대 원인으로 작용하는 포퓰리즘적인 복지정책을 지양하며 감세정책 유지로 "낮은 세율 → 높은 노동 및 자본공급 수준 → 경제성장 → 넓은 세원 확보"라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감세철회로 얻는 세수는 2조8000억원에서 최대 3조7000억원 규모로 연간 380조원이 넘는 정부의 재정수입의 1%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조세부담은 낮아지는 추세지만 G20(주요 20개국)을 넘어 G7진입을 목표로 한 한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법인세율이 높다. G8 법인세 비중은 1980년대에는 3.18%, 1990년대에는 2.93%, 2000년대에는 2.98%였다. 우리나라는 동기 대비 2.00%, 2.28%, 3.63%로 법인세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세율에서도 G8은 48.27%에서 43.43%, 36.01%로 낮아졌으나 우리나라는 32.25%, 33.03%, 28.90%로 높아진 뒤 낮아진 점이 다르다. 대한상의가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52.0%는 감세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41.0%는 감세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92.3%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예정대로 22%에서 20%로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는 감세정책 유지로 총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 물가안정을 가져와 서민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서 "균형재정을 만족할 경우에 정부가 민간을 대신해서 지출하는 것이 민간이 직접 지출하는 것으로 바뀔 뿐"이라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