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퇴직연금 더 든든해지려면

국내에서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퇴 후 소득의 안정적인 확보가 사회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후 소득부족 가능성, 즉 장수 위험과 함께 주가나 금리의 급등락 등에 따른 투자상품 손실에 대비하기에 적합한 퇴직연금 선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은퇴자들은 대개 세제혜택 등의 이유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데 이 경우 남은 생애 중 퇴직금 재운용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퇴직금을 연금식으로 지급하거나 일시금으로 받더라도 이를 연금으로 전환하는 상품이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연금지급식 정기예금, 펀드, 연금보험과 같은 상품이다. 이러한 퇴직연금상품은 크게 원금 보전형과 비보전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원금보전형을 살펴보자. 원금보전형은 계약기간 동안 이자나 배당금 같은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충당하는데 운용실적에 따라 급여액이 다소 불규칙하고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반면 안정성은 높아서 적립자산이 큰 고객이 주로 이용한다. 이를 감안해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연금지급식 상품은 적립금을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정기 급여액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대신 원금보장성은 낮다. 이에 따라 투자 리스크가 커져 수익률이 저조하면 원금을 헐어서 정기급여에 충당한다. 즉, 주식이나 채권시장이 악화되면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일부 연금보험 상품은 원금 보장성은 다소 양호하나 중도환매와 같은 계약변경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하다. 이를 감안하면 연금지급식 퇴직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의 안전을 꾀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서 가입자의 수요를 적극 충족시켜야 한다. 즉, 연금지급 보장기간, 최저지급액, 만기시점에 반환하는 최저적립금 등 핵심사항을 가입자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연금수령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지급해 적립금을 잘 보전하고 뒤로 갈수록 지급률을 높이면 운용과 지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 리스크 헤지 상품의 개발이 절실하다. 남은 생애가 길수록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유동성 과잉이 보편화된 요즘은 특히 그렇다. 따라서 적립금이 어느 정도 이상인 가입자에 대해서는 정기급여액이 다소 줄어도 물가상승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 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과 자산관리기관의 연구조사 및 상품개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과 투자자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금가입자를 위한 최적의 자산배분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입자의 수요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상품방향을 설계하고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끝으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 앞으로는 연금방식의 급여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금수령 시 적용되는 종합과세의 세율을 낮추는 방식을 감안할 수 있다. 또한 퇴직연금의 적립ㆍ운용ㆍ연금수령 등 각 단계에 적용되는 소득공제, 비과세, 종합과세 등 세제에 대한 종합 검토도 필요하다. 즉, 적립단계에서는 소득공제 대신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수령단계에는 비과세하는 식으로 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연금수령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기관투자가의 장기자산 규모가 커지면 이는 다시 증시의 안정적 발전을 가져와 자본시장이 선순화되는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김상로 KDB산업은행 연금부행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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