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난 어제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NHN이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10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해 'SW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며, 이들 인력의 취업은 물론 창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NHN이 2조원 가까운 이익잉여금을 갖고서도 사회공헌이나 정보기술(IT) 투자에 인색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IT 생태계를 잘 아는 기업이 SW 인재 사관학교를 세우고 '제2의 네이버'를 키우는 멘토를 자청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인력 양성과 벤처 육성은 벤처 생태계 구축에 기여함은 물론 결과적으로 NHN에도 도움이 된다. 애플ㆍ구글발(發) 쇼크 이후 한국 SW 산업의 위기론이 고조됐다. 우리 SW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고급 SW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부실한 대학교육으로 연결된다. 커리큘럼이 산업현장과 동떨어져 기업들이 SW 전공자를 채용해도 2~3년 교육해야 일을 시킬 수 있을 정도다. 1980ㆍ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았다. 이해진 NHN 의장도 그런 경우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SW 인력 푸대접과 우리 사회의 베껴쓰기 풍조로 의대보다도 인기가 높았던 컴퓨터공학과는 점점 쇠락했다. 지금 대학의 SW 학과는 정원 미달 사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되면서 창업자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런 성공 신화가 미국의 젊은 인재들을 계속 SW 창업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중소 업체가 괜찮은 SW를 만들면 인수합병은커녕 얼마 안 가 대기업이 똑같은 SW를 내놓아 고사시킨다. 젊은 창업가의 싹을 자르는 꼴이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따라잡고 나아가 뛰어넘는 데도 풍부한 SW 인력은 필수다. 스크린쿼터제로 외국 영화의 시장 잠식을 막으며 버티던 한국 영화 산업이 부흥한 데는 '영화 아카데미'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배출한 영화 인력의 힘이 컸다. 늦었지만 IT 분야 선두 기업이 SW 인재 사관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다행이다. 이참에 정부와 기업, 대학이 손발을 맞춰 인재를 양성하고 SW 개발자를 하대하는 분위기를 바꿔 'SW 한류'를 꽃피우길 기대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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