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신용 추락, 우리 미래를 생각한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과중한 나랏빚으로 '국가신용 강등'이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국가채무 비율이 미국을 압도하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새삼 제기한 곳은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다. 무디스는 어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가부채가 늘어났다"며 국가신용 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끌어내렸다.  이로써 일본의 신용 등급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중국과 칠레,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수준이다. 일본의 신용 강등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일본 경제가 추락하면서 신용 등급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무디스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초 일본의 신용 등급을 내린 바 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일본 경제에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두 배를 넘어 944조엔에 이른다. 재정적자 위기를 겪으며 신용 등급이 떨어진 미국의 98.5%는 물론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136.8%나 아일랜드의 112.7%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부채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지지부진한 경기, 노령화의 심화에 더해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복구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처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GDP 대비 일본의 부채총액이 올해 227.5%에서 내년에는 23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증세를 통한 세수 증대라는 정공법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하지만 관건은 정치 리더십이다. 무디스는 해마다 총리가 바뀌는 등 불안정한 일본의 정치 상황을 국가신용 강등의 주요한 사유로 들었다. 정체된 경제, 정치권의 무능이 국가부채를 늘리고 급기야 국가신용 등급을 떨어뜨린 것이다.  인접국이자 경제적으로 경쟁ㆍ보완적 관계에 있는 일본의 신용 강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족적을 돌아보면 그것이 우리가 걸어 갈 미래의 모습은 아닌가 해서 가슴이 무거워진다. 급속한 노령화, 저출산, 복지수요의 증대, 빨라지는 국가부채 증가세. 여기에 무능한 정치권의 끝없는 다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 현실까지 일본과 닮아가고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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