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이체방크식 작전, 재발 소지 없애야

도이체방크의 파생상품 연계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니 타짜도 이런 타짜가 없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11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낳아주는 풋옵션 16억원어치를 사 놓은 뒤 옵션 만기일 마감 동시호가 시간 10분 동안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무려 2조4000억원어치의 매도주문을 내어 코스피200 지수의 급락을 유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런 주가 조작으로 448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의 의뢰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6개월 만인 지난 주말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도이체방크 홍콩지점 임직원 3명과 한국도이치증권 임원 1명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기소 대상자를 이렇게 결정한 것은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이 주가 조작을 주도했고, 도이체방크의 국내 증권지사인 한국도이치증권이 사전 연습 및 일부 주문처리 등 보조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발표에 대해 도이체방크는 일부 임직원들의 개인적 부정행위가 적발된 것이며 자사의 지사 조직에서는 불법이나 규정 위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인으로서 한국도이치증권의 연루 혐의는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독일계 다국적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이런 대응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검찰이 도이체방크 홍콩지점 소속 임직원 3명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관련 증거서류만을 근거로 기소한 것도 도이체방크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탓이다. 도이체방크는 70여개국에서 10만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141년 역사의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방치해 이런 일을 발생시켜 한국 증시에 혼란을 일으키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점에 대한 회사 차원의 사죄는 기본일 것이다. 아울러 우리 금융당국은 도이체방크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국내 증권시장의 취약점을 서둘러 개선하고 감독 활동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 과정에서 드러났듯 해외 큰손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국내 증권시장의 현실을 이대로 놔둔다면 제2, 제3의 도이체방크 사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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