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육상톡톡]'스포츠 대통령'이 된 육상 스타들

세르게이 부브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부회장이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우승해 시상대에 오른 스티븐 후커(호주)와 악수를 하며 덕담을 건네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토마스 버크(미국)부터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사무엘 완지루(케냐)까지, 그리고 1983년 제1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헬싱키) 여자 100m 우승자 마를리스 괴르(동독)부터 2009년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베를린) 여자 마라톤 우승자 바이 수에(중국)까지 근대 육상 110여년 역사 속에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했다. 그런 가운데 육상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된 이들이 꽤 있다. 평창이 지난 7월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나섰기에 투표권을 갖고 있는 IOC 위원들의 신상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이 과정에서 토마스 바흐 독일 IOC 위원의 이름은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IOC 부원장인 바흐는 펜싱 선수 출신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플러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2011년 현재 110명의 IOC 위원 가운데 경기인 출신으로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IOC 위원은 38명이다. 이들 가운데 육상 선수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다. 모든 면에서 육상과 쌍벽을 이루는 수영은 수구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포함해 5명에 그치고 있다. 스포츠 가운데 스포츠인 육상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육상 선수 출신 IOC 위원 가운데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장대높이뛰기 선수 출신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세계 기록을 35번이나 세웠으며 1983년 헬싱키 대회부터 1997년 아테네 대회까지 세계선수권대회 6연속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처음 3차례 대회는 소련 선수로, 이후 3차례 대회는 우크라이나 선수로 출전했다. 부브카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수석 부회장 자격으로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여한다. 또 한 명의 우크라이나 IOC 위원인 발레리 보로조프는 1972년 뮌헨 올림픽 100m, 200m 금메달리스트로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나마비아의 IOC 위원인 프랭크 프레데릭스는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육상 100m, 200m 은메달리스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993년 슈트트가르트 대회 2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모로코의 IOC 위원인 히킴 엘 게루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500m, 5000m 금메달리스트이고 1997년 아테네 대회부터 2003년 파리 대회까지 1500m 4연속 세계선수권자이다. 나왈 엘 무타와켈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400m허들 금메달리스트로 모로코는 두 명의 IOC 위원이 모두 육상 선수 출신이다.

얀 젤레즈니 체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2009년 7월 열린 체코 세계육상청소년대회에서 조직위원회 측이 마련한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체코의 IOC 위원인 얀 젤레즈니(체코)는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에는 체코슬로바키아 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는 체코 선수로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987년 로마 대회에는 체코슬로바키아 선수로 나서 동메달, 1993년 슈트트가르트, 1995년 예테보리, 2001년 애드먼튼 대회에는 체코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프랑스의 IOC 위원인 기 드뤼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110m허들 금메달리스트로 은퇴한 뒤 기업인,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IOC 부위원장을 지낸 케빈 고스퍼 호주 IOC 위원은 1956년 멜버른 올림픽 1600m 릴레이 은메달리스트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높이뛰기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안 융키스트 스웨덴 IOC 위원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융키스트 위원은 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일찍 선수 생활 마쳐 주요 대회 메달은 없고 스웨덴 국내 대회 우승 기록만 있다. 이레나 세빈스카 폴란드 IOC 위원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여자 400m 릴레이 금메달,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200m 금메달,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400m 금메달 등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그런데 올림픽 육상 메달리스트 출신들인 IOC 위원 가운데 1980년대 이전에 활동한 이들은 세계선수권대회 전적이 없다. 왜 그럴까. IAAF는 1976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평의회에서 올림픽과 별도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창설 대회 개최지 후보로 나선 슈트트가르트와 헬싱키 가운데 헬싱키를 선정했다. 이에 앞서 1913년 IAAF는 올림픽이 육상 경기의 세계선수권대회를 대신할 수 있다고 결정했고 이후 50여년의 시간이 흐른 1960년대에 들어서서야 IAAF 위원들 사이에서 독자적인 세계선수권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도가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1891년에 연 것에 견주면 1983년에 이르러서야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연 육상은 많이 늦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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