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계의 총본산'으로 불려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오는 16일 설립 50돌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그런데 지천명은커녕 제 것만 챙기려 하는 '대한민국의 응석쟁이'가 되지는 않았나 묻고 싶다.재벌 1세대인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 13명의 기업인들이 고 박정희 대통령과 의기투합해 한국경제인협회(전경련의 전신)를 만들고부터 10여년 정도의 기간에는 전경련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정경유착 시비가 있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과 전경련 회원사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하면서 적어도 한국 경제 고도성장의 시동을 거는 데는 한몫했다.그런데 그 뒤로 전경련은 정치자금 모금 창구가 되고 재벌의 특혜를 보존하고 확대하기 위한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 그래서 1970년대 이후 몇 십년 동안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고리'니 '선진화의 걸림돌'이니 하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주요 그룹 오너들이 회장직 맡기를 꺼려하면서 전경련이 일종의 좀비 조직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지난 2월 재계 서열 7위인 GS그룹의 2세 오너 허창수씨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전경련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과연 전경련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회원사 대기업들의 구태의연한 태도에 전경련 사무국의 무능과 관료주의가 가세하면서 재계의 이미지는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대(對)정치권 로비의 역할을 기업별로 할당하자는 발상이 전경련 사무국에서 나오는가.형만 한 아우 없고 아비만 한 자식 없다는 속담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재벌 2ㆍ3세가 주축인 전경련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재벌 1세대가 '고도성장의 기관수'였다면 재벌 2ㆍ3세는 '존경 받는 기업계 리더'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재계가 전경련을 통해 하는 일이 기껏 '두부 제조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냐 아니냐'를 놓고 중소기업계와 티격태격하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 존경심이 생겨날까. 전경련 50돌, 이제 재계의 이익단체에 머물지 말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창구로 진화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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