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스스로 선택한 위기와 기회

지난 10일 강호동이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이하 ‘1박2일’) 제작진 측에 하차 의사를 전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방송가의 관심은 강호동의 거취에 쏠려 있다. 정상의 MC가 여전히 일요 예능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1박 2일’의 하차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현재 개국을 앞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인 jTBC와 SBS의 영입시도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호동의 향후 행보에 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H3>왜 하필 ‘1박 2일’일까</H3>
특히 강호동이 지상파 3사에서 맡고 있는 4개의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과 안정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1박 2일’에서 하차하려 하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현재 강호동이 진행하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은 한때 MBC <무한도전>을 맹추격하던 기세를 잃어버리고 한 자릿수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 또한 예전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다는 평을 얻고 있고, SBS <강심장> 또한 초기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자랑하던 때와 달리 KBS <승승장구>가 시청률을 한차례 추월하는 등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킹>이나 <강심장>이 아닌 ‘1박 2일’ 하차는 의아한 일이다.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고 싶은게 아니겠느냐’, 혹은 ‘‘1박 2일’이 주는 체력적인 부담 때문이다’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갖는 위치는 물론, ‘1박 2일’의 위상을 생각하면 하차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강호동의 이런 선택은 오히려 현재 예능계의 변화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현재 예능 프로그램은 급격하게 변화 중이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로 여겨졌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중 <무한도전>과 ‘1박 2일’이라는 대표 프로그램이 여전히 강세를 떨치고 있지만, 전반적인 예능의 흐름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넘어갔다. 일반인이나 가수 등이 프로그램의 화제를 만들어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은 MC의 위상도 바꾼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일 때는 침체기였던 신동엽이 KBS <불후의 명곡2>와 SBS <일요일이 좋다>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의 진행을 맡으며 다시 영향력이 높아진 것이 한 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유재석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의 1인자를 다투는 강호동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H3>변화의 시기에 중대한 선택을 하다</H3>
실제로 강호동은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발맞춰 왔다. 강호동은 장기자랑 대회에 가까웠던 <스타킹>에서 서바이벌 대국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이어트킹’, ‘목청킹’ 등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접합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의 녹화가 진행되는 <스타킹>에서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코너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동안 강호동이 MBC <천생연분>, ‘무릎 팍 도사’, ‘1박 2일’ 등 그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작품들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호동이 다시 한 번 도전이 필요해졌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유재석의 경우 MBC <무한도전>이 계속 포맷을 바꿔가면서 자연스럽게 리얼리티 쇼 등 새로운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다. 반면 강호동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적다. 변화를 위해서라면 강호동도 중요한 선택을 할 시점이 다가온 셈이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넘어왔다 해도, Mnet < 슈퍼스타 K >이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박 2일’을 포기하고 강호동이 선택하는 향후 행보는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경향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H3>스스로 선택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H3>
그래서 강호동이 종편 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강호동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종편 방송사 jTBC는 강호동에게 높은 출연료뿐만 아니라 강호동의 프로그램에 전폭적인 지원과 프로그램에 관한 전권을 보장하는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호동같은 특급 MC를 통해 프로그램을 빠르게 안착시켜야할 필요가 있는 새 종편 채널로서는 강호동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강호동은 거대한 물량이 투입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어쩌면 예능의 흐름을 깰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강호동의 ‘1박 2일’ 하차는 방송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단순히 유재석-강호동에 대한 방송사의 의존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강호동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강호동의 지금 행보 자체가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강호동이 하차 의사를 밝힌 것이 기정 사실이 된 지금, 강호동이 하차 의사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강호동의 하차 의사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변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과연 강호동은 스스로 선택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사진 제공. KBS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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