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관객 울린 '암탉'의 힘, '가족'에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총감독인 오성윤(왼쪽) 감독과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제작사 '오돌또기'의 대표이자 감독인 이춘백(오른쪽) 감독.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8월1일 월요일 날씨 구름. 오늘 드디어 '마당을 나온 암탉'을 봤다. 엄마 닭과 청둥오리 아들이 보여준 가족 사랑 때문에 많이 울었다. 청둥오리 아들이 엄마 닭에게 엄마는 나와 달라서 창피하다고 말했을 땐 자기를 사랑해주는 엄마에게 그렇게 말한 아들을 혼내주고 싶었다.''7살과 11살인 아들 둘과 함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왔다. 막내 아들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자기는 엄마를 절대로 안 떠날거라며 엄마 없이 사는 게 싫다고 말하는 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아들아, 엄마는 지금 너의 그 말에 감사하지만 네가 세상을 향해 날아갈 때가 되면 엄마 닭처럼 가슴이 찢어지더라도 너를 보낼거야. 살면서 엄마가 원망스럽고 밉더라도 그럴 땐 엄마의 사랑을 기억해줘.'국산 애니메이션 최초로 10일 100만 관객 고지를 찍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본 초등학생과 그 엄마가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일기다. 개봉 15일 만에 국산 애니메이션 기록을 새로 쓴 '암탉'의 흥행 성공요인은 이렇게 '가족'에 있었다. 10대나 20대를 주요 관객으로 잡은 다른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제작 단계에서부터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했다는 '암탉'은 그렇게 가족 관객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가족이 함께 할 놀잇거리가 부족한 요즘 시대에 부모와 아이가 한 자리에서 같은 걸 보고, 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필름 사무실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감독이자 중학교 3학년 아이를 둔 부모인 오성윤(49) 감독과 이춘백(48) 감독을 만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언제부터 준비했는지를 묻자 오 감독과 이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가족 얘기부터 꺼내들었다. 오 감독은 "이번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면서 아이와 부모를 아우르는 관객을 주요 관객층으로 잡은 건 그러한 시장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영향도 컸다"며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감독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3학년인 아이를 둔 이 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나 자신과 아이들, 또는 아내까지 우리 가족 관계를 투사해가며 작업을 했다"며 "오 감독 말처럼 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고 전했다. 오 감독과 이 감독의 이 같은 바람은 '마당을 나온 암탉'에 그대로 묻어났고, 가족 관객들은 두 감독과 똑같은 생각으로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돌아갔다. 텔레비전에서 하는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성인을 주요 관객으로 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큰 격차를 무너뜨리며 가족이 함께 보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에 목마른 오늘날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 된 분석이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 다른 생활 패턴 때문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어렵고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요즘 시대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갖는 의미는 크다"며 "부모와 아이가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면서 가족 본연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한 장면.

'마당을 나온 암탉'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구수한 사투리로 입담을 선보인 '수달'이란 캐릭터의 등장에 있다. 사투리를 쓰는 수달이 애니메이션 자체의 재미를 배가한다는 평가다. 오 감독은 이와 관련해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창녕 우포늪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가 우연히 수달을 보게 됐는데 황선미 작가의 원작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암탉의 철학적인 생각을 풀어내려면 수달같이 재밌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와서 보니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 수달 캐릭터를 등장 안 시켰다면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가족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웃어 보였다. 캐릭터 작업을 주로 맡았던 이 감독은 "암탉의 배다른 아들에게 삼촌 역할을 해주는 수달 캐릭터에 우리 같은 중년 남성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며 "이런 점들이 아이와 부모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당을 나온 암탉'의 누적 관객 수는 101만1562명이다. '가족과 사투리'라는 두 가지 한국적인 요소가 2011년 여름, 아이들과 자녀를 둔 30~40대 부모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달 중국 2000여개 상영관에서 중국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가을걷이에 나설 예정이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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