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이젠 한의학을 수출하자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우리나라가 독립한 이후인 1940년대 후반부터 외국으로부터 받았던 국제원조가 약 127억달러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와 6ㆍ25전쟁을 거치며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의 최빈곤국 수준에 머물렀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2009년에는 '원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명실공히 베푸는 나라로 탈바꿈했다는 의미이다. '원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는 OECD 산하 3대 위원회 중 하나로 우리나라는 24번째 회원국이자 비서구권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가입국이다. OECD가 생긴 이후 원조를 받는 나라가 주는 나라로 바뀐 경우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한다. 전쟁과 빈곤으로 허덕이던 우리나라에 원조를 하던 국가들이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인 부패와 부정으로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당당히 우리보다 빈곤한 나라는 물론 우리를 도왔던 나라들까지 원조하는 위치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또한 1반도체, 디지털TV, 휴대폰 등으로 대표되는 IT 제품과 조선 및 자동차 등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여러 가지가 거론될 수는 있지만 수천년간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한의학이 될 수는 없을까. 한의학은 오랜 기간 문헌과 경험을 거쳐 전해오면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첨단과학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한의학이 우리 국민 건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천연물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천연물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인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으로 판단하여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약 개발은 천문학적인 돈과 십수년이 걸리는 방대하고 불확실한 산업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가 없다면 불가능하거나 몇 배의 수고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국가들보다 몇 발 앞선 출발선에 있다. 우리에게는 수천년간 축적된 동의보감이나 향약집성방 같은 방대한 의학의 보고(寶庫)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선조들이 물려준 이 고귀한 데이터들을 가지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낼 일만 남았다. 얼마 전 정부가 공헌한 대로 향후 10년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산업이 천연물 신약 개발이고, 이 천연물 연구 분야에서 2015년까지 세계 3위 진입이라는 목표도 헛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작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1조원대에 올라섰다고 한다. 그중에서 홍삼 관련 제품은 5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사람 2명 중 1명이 홍삼을 먹는다는 얘기다. 특히 홍삼은 작년 G20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에게 줄 선물로 한방화장품인 '설화수'와 함께 제공돼 그 위상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한방 관련 상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올해 정부가 17개의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중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고부가식품 등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여 세계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ㆍ발표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2015년까지 1조99억원을 투입해 현재 7조4000억원 선인 산업 규모를 10조원 대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과거 미흡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렵게 준비된 이러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 우리의 것이 우리나라에서 소외받지 않고 국가산업으로서의 동력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인류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는 육성 정책을 기대해본다.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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