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우리 정부의 '동해 외교'가 암초에 부딪혔다. 내년 5월 모나코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우리 영해인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IHO 총회에선 전 세계 지도 제작의 표준이 되는 공식 해도(海圖)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차 개정판을 채택할 예정이어서 "동해와 일본해 동시 표기"를 주장해 온 우리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본해'를 우리 역시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IHO 실무그룹에 "일본해 단독 표기" 의견을 서한을 통해 전달했다. '해양의 명칭은 병기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단일표기정책(single name policy)에 따라 '동해와 일본해 동시 표기'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지지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 27개국이 참여하는 IHO 실무그룹은 내년 총회를 앞두고 각 국의 의견을 취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는 내년 총회에서 개정판을 채택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인 만큼 미국과 영국의 이 같은 입장은 일본해 단독 표기의 가능성을 높인다.IHO는 1929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 초판을 발간한 뒤, 1937년과 1953년 두 차례 개정판을 냈다.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중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최신판에는 일본해 단독표기가 굳어졌고,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유엔 가입 직후인 1992년부터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되도록 노력해 왔지만, 지난 2002년과 2007년 총회에선 주요국들이 난색을 표해 개정판에 동해 일본해 병기가 좌절됐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내년 총회까지 미국 등 주요국을 설득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개정판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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