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미국으로 쏠린 눈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기나긴 한주였다. 유럽발 태풍이 잦아들자마자 미국발 안개가 몰려들면서 코스피는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는 장세가 이어졌다. 미국 정치권이 데드라인(8월2일)을 눈앞에 두고도 부채상한 조정 문제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자 시장의 불안감은 높아졌다.지난 주 코스피는 1.75% 하락하며 열흘 만에 다시 2130선으로 내려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5일 내내 '팔자'에 몰두했고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이 이 물량을 받으며 그나마 낙폭이 줄었다.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졌지만 예상대로 성적은 좋지 못했다. 삼성물산, S-Oil,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형주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면서 주가도 힘을 받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대에 부합하는 2분기 성적표를 내놓았음에도 약세를 보였다. 미국발 악재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증시를 모두 뒤흔들었다. S&P500은 7월 들어 2.2% 빠지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최악의 수익률을 냈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는 한국 기업들에 비해 호조를 보였지만 부채 한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가렸다. 8월 초 주식시장도 높은 변동성을 피해갈 수는 없을 듯하다.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를 둘러싼 갈등이 막판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다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고민은 남는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에 재정적자 감축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재정적 자 감축에 나서면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사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4조달러 이상의 재정적자 삭감이 이뤄져야 미국이 중기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신용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올해 미국 명목 GDP가 14조7000억달러인데 앞으로 10년간 4조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을 단행한다면 매년 4000억달러의 지출 효과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GDP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로 경기 둔화 요인이 된다.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국가채무 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협상 내용이 부실할 경우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훼손될 수 있다"며 "약 달러 현상이 심화되면 세계 증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소비위축과 주식시장 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7월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악재에 대한 내성 강화로 연결됐지만 수급 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며 "수급의 큰 축인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한 지수는 상승 보 다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편 29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은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이 마련한 채무한도 상향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2단계로 나누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먼저 9000억달러의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의회가 추가 재정감축과 균형재정안을 마련하는 경우 내년 초에 추가 채무한도 상향 조정을 진행하는 방식. 하지만 상원에서 다수당의 위치에 있는 민주당은 상원 표결에서 이 법안을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미국 정치권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서는 8월2일 이전에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국채 이자와 군인 연금 지급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이솔 기자 pinetree1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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