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1. 의정부에서 1년 전 8000만원에 빌라 전세를 얻은 A씨는 요즘 고민이 태산이다. 집 주인은 이 집을 담보로 1억2000만원 대출을 빌린 상태다. 그런데 2억4000만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2억원으로 하락한 상태에서 최근 전셋값이 오르자 집주인이 보증금을 2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집이 경매 처분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2. 세입자 B씨가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의 소재 S아파트의 전셋값은 3억8000만원, 매매가는 8억원 정도 한다. 이 아파트에는 6억86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전세 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한 액수가 매매가보다 많다. 집주인이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자칫 전세 보증금 3억8000만원에서 2억660만원 정도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유례 없는 전세난 속에 세입자 보증금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 매매가격 하락과 전세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되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에도 비상이 걸린 것. 특히 생활 자금 등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까지 더해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9% 늘면서 15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가계 비율은 지난 3월 기준 전체 대출자의 42%로 지난해 12월 36%보다 6%포인트 늘어났다. 문제는 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의 상환 능력이다. 집주인이 이자를 못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우선 순위인 금융권에서 대출금을 회수하면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힘들다. 우리은행 대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등 재투자 대출 보다는 생활비로 쓰는 용도가 많은 것 같다"며 "부동산이라는 담보가 있을 경우 상관 없지만 대출받은 돈을 다 사용하게 되면 압류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정부 신곡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서울 노원ㆍ도봉구에서 올라 온 전세 수요자들이 의정부 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을 많이 찾고 있다"며 "전세 물건도 많지 않지만 있다 하더라도 융자를 많이 받은 물건들이라 세입자들에게 소개하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설춘환 알앤아이컨설팅 대표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경우 나중에 금융권과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줘야할 돈이 집값보다 많은 사례도 종종 접한다"며 "세입자가 은행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에 보증금 일부를 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 물건 부족과 매매 가격 하락 속에 전세난이 새로운 모습을 생산해내고 있다. 담보 대출 비중이 높은 전세 물건을 덜컥 계약하거나 보증금 증액 때 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은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올려주는 재계약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만의 하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담보 대출과 관련된 근저당권 설정 비중이 집값의 60% 이상 된 집에 후순위 세입자로 들어갈 경우 보증금을 100% 변제받을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전세 보증금을 깎아주더라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경매시장의 낙착률이나 낙찰가율도 70~80% 수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전셋집을 구하기 전에 꼼꼼히 임차 물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희정 기자 hj_ji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진희정 hj_jin@ <ⓒ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
건설부동산부 조철현 기자 choch@ⓒ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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