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박정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24일 방송한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은 ‘나 가거든’을 불러 4라운드 2차 경연 1위를 차지했다. 박정현이 경연 1위를 차지한 것은 첫 번째 경연에서 선보인 ‘꿈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에 이어 세 번째다. 또한 박정현은 ‘소나기’를 불러 7위를 차지했던 때를 제외하면 줄곧 상위권이다. ‘나는 가수다’의 우등생 인 셈이다. 박정현은 ‘나는 가수다’에서 ‘3분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드라마는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해야 하고, 기승전결의 흐름이 부드러워 시청자의 몰입을 높여야 하며, 뚜렷한 캐릭터를 가져야 한다. 박정현이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주는 무대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를 불렀을 때 박정현은 인터뷰에서 “같은 가사가 반복되지만 가사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정현은 높은 음역대로 관객을 압도하지만, 단지 클라이막스에서 고음을 소화하는 것만이 장점이 아니다. 그의 대표 곡 ‘꿈에’는 노래 초반에는 마치 나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말하듯 차분하게 가사를 전달하다 클라이막스에서는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폭발적인 고음을 소화한다. 그만큼 한 곡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음정의 범위도 넓을 뿐만 아니라, 가사와 곡의 흐름에 따라 마치 연기하듯 드라마틱한 감정 표현이 필요하다. ‘나가수‘에서도 박정현은 단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고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노래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마치 클라이막스를 연기하는 배우처럼 고음역대를 쓴다. 과함과 과하지 않음, 울어야 할 때와 담담하게 읊조려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알고 ‘연기’를 하는 것이다.
편곡을 많이 하지 않고 원곡을 살린 ‘나 가거든’이 1위를 차지했던 것은 그런 맥락과 흐름을 같이한다. 드라마 OST라는 특성상, ‘나 가거든’에는 노래 속에 한편의 드라마가 담겨 있다. 원곡을 대중 가수 대신 폭넓은 음역대와 오페라를 통해 가사에 따른 탁월한 감정 표현을 보여준 조수미가 부른 이유이기도 하다. 조수미와는 음색은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특징을 가진 박정현이 ‘나 가거든’을 부르면서, 박정현의 장점 역시 극대화 됐다. 또한 박정현은 많은 사람들에게 R&B 뮤지션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앨범마다 다른 장르를 추구해왔다. 초기에 부른 ‘나의 하루’가 R&B 스타일의 보컬을 선보이며 R&B 보컬리스트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대곡 ‘꿈에’를 선보인 4집 앨범에서 음악적인 폭을 보다 확실히 넓혔고, 자작곡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해왔다. ‘나가수’에 오르기 이전에도 박정현은 단지 뛰어난 가창력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작편곡에도 모두 조예가 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 박정현이 ‘첫인상’을 라틴으로 해석하고, 록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소나기’를 부르며,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이브의 경고’ 등 발라드와 댄스까지 넘나들 수 있는 이유다. ‘나가수’는 박정현의 새로운 음악적 역량을 끌어냈다기 보다는, 대중이 몰랐던 박정현의 음악적 깊이를 알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박정현은 ‘나가수’에서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지지 받기 좋은 입장에 있다. 가창력은 말이 필요없는 수준이고, 옥주현처럼 비호감이 많은 가수도 아니었으며, 이소라나 김건모처럼 논란의 한가운데 서지도 않았다. 게다가 작은 체구에 늘 밝은 표정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인해 ‘나가수’ 팬들에게 ‘귀요미’나 ‘요정’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여러 뮤지션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검승부를 하는 ‘나가수’에서 박정현은 충분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나가수’의 치열한 경쟁과 수많은 논란에서 한 발 떨어져 무대에서나 무대 뒤에서나 시청자에게 여유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이 박정현과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김태현과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건, 그만큼 그가 이 첨예한 경쟁의 무대에서도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박정현은 임재범처럼 단 번에 시선을 사로잡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나가수’에서 꾸준함을 책임진다. 공교롭게도 박정현이 1등을 한 지난 주 ‘나가수’는 코너 전국시청률 17.6%(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로 반등했고, ‘나 가거든’은 ‘나가수’ 음원 중 오랫만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래서, 박정현은 지금 ‘나가수’의 현재를 보여주는 가수다. 수많은 이슈와 논란이 지난 지금, ‘나가수’는 대중의 꾸준한 반응을 얻는 방법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현은 어떤 이슈 없이 노래와 캐릭터가 가진 힘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건 마치 관객과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는 무대 밖에서는 긴장된 분위기의 ‘나가수’ 안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주고, 무대 안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라틴 댄스를 추거나,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팽팽한 경쟁으로 가득한 ‘나가수’에서 박정현은 마치 밀당하듯 관객을 풀었다 다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공연이든 초반은 가수의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나, 박정현은 ‘나가수’에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사진제공. MBC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데일리팀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