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아무래도 잘 아는데 투자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저는 절대 모르는 곳엔 투자하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세계화가 진전되고 통신기술이 발달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자기 나라에만 투자할 필요가 없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 투자하더라도 상관없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대부분 투자자들이 거의 자기 나라 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꺼리는 것은 '모호성 회피 편견'과 관련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무조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자주 접하는 자기나라 주가지수는 외국의 주가지수보다 더 친숙하고 덜 모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한 가지 중요한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만약 한국 사람이 국내 주식에만 투자한다면 국내 경기 하락시 돈을 잃게 된다. 경기악화가 심해지면 본인의 일자리를 잃을 위험도 있다. 분식회계로 파산한 엔론 직원들의 자사주 투자 사례를 보자.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직원들은 자사주에 자신들의 개인퇴직계좌인 401(k) 적립금의 60%를 투자했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이기 때문에 가장 잘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분식회계로 회사가 파산에 이르자 수천 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주식도 휴지조각이 돼 큰 손실을 봤다.모호성 회피 편견이 고령화와 결부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일본처럼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보다 성장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대안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고령화로 노후생활 기간이 덩달아 늘어나면서 노후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 진데 반해,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으로 금리는 떨어지고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침체되면서 국내 투자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해외투자가 필수적이다. 한국도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평안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런데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삼 층 보장'의 한 축이 되는 퇴직연금에서 해외 투자비중은 약 10%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근로자들이 가입하는 해외펀드 내 주식투자 비중이 최대 40%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해외 투자비중이 낮은 셈이다. 퇴직연금펀드로 해외에 투자해 얻은 자본이득은 과세도 하지 않는다. 기왕에 해외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김유리 기자 yr6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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