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솔직히' 또는 '사실은'과 같은 부사는 말뜻과는 달리 진솔한 대화에서는 피해야 할 단어다. 말에 진심을 더하고자 할때 이런 수식어를 선택하곤 하지만 여기에 방점이 찍히면 말이 가진 '진정성'이 약해지는 탓이다. 특히 이런 류의 부사를 습관처럼 남발하면 진정성은 더 휘발돼 버린다.'진정성'이란 단어는 '거짓없는 참됨'을 뜻하는 '진정(眞正)'이란 명사와 '성(性)'이란 접미사가 더해서 만들어진 단어다. 이럴때 '성'은 성질의 뜻을 더하는 의미없는 접미사이기 십상이다. 진정성에 배치되는 말로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삼국지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여포(呂布)는 당대 최고의 무용(武勇)에도 불구하고 변절의 상징, 표리부동의 전형으로 꼽힌다. 형주(荊州)의 성주였던 정원(丁原)의 양아들이었던 여포는 배은망덕하게도 정원을 죽이고 동탁(董卓)의 수하에 들어갔으나, 다시 동탁을 배신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가 조조와 유비의 연합군에 의해 죽게 된다. 직장 내에서나 고객과의 관계, 노사 문제 등 금융권의 마찰과 대립도 따지고 보면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다.(아니면 애초에 진정성이 없었거나..) 저축은행 부실을 비롯해서 최근 끊이지 않는 각종 금융권 비리가 대부분 그렇다.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욕심과 그 욕심을 이루고자 하는 기술(스킬)이 진정성의 탈을 쓰고 존재했다. 애시당초 진심이 없었다는 걸 안 순간 믿음(약속)은 쓰나미를 만난 제방처럼 한 순간에 무너진다. SC제일은행의 파업 역시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SC제일은행 파업이 22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좀체 찾기 힘들다. 노사 양측의 대화마저 중단된 지 오래다. 노사가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지향점이 서로 달라 보인다. 그걸 한 방향으로 묶는 것이 조직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기업문화인데 SC제일은행에는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흔히 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 파업 원인을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갈등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성과연봉제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도입해서 성공한 기업의 사례가 무수하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사측은 능력ㆍ성과주의란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노측은 상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본다. 소통의 부재 뒤에는 문화적 차이가 숨어있다. 외국인 은행장이 돼지머리와 시루떡 앞에서 큰절을 하며 고사를 지낸다고 해서, 호텔이나 아파트 대신 한옥에서 거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 해답인 것이다. 김민진 기자 asiakm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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