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명의(名醫) 이진수의 새로운 도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우리나라 최고의 폐암 전문가이자 금연전도사로 유명한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사진). 美MD앤더슨 암센터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고 박성용ㆍ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형제 등 거물급 인사의 암을 치료하며 이름을 날렸다. 2001년 귀국해 국립암센터에서 국가 주도의 암연구를 지휘하게 된다. 최근 5대 원장에 연임된 그가 던진 새로운 화두는 폐암과 금연을 넘어 '항암제 개발'이다. 이 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증가하고 있는 암환자에게 국산 항암신약을 제공해 암의 고통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올 6월 구성된 사업단을 중심으로 5년내 4건 이상의 기술이전과 글로벌 항암신약 1개 이상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 원장이 항암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0년초다. 정부에 1조원의 예산을 신청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기획재정부 심사에서 5년 2400억원으로 줄었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일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김인철 전 LG생명과학 사장을 사업단장으로 영입한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가 나선다고 될 일인가"라며 반신반의하던 김 전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10번이나 찾아갈 정도로 공을 들였다. 김 전 사장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미식품의약청(FDA) 허가신약인 '팩티브'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이 원장이 국가 주도의 항암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 매출액 8000억원, 기술료 수익 1조 3000억원이라는 상업적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알아서 개척하라고 놔둬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이 원장은 "시장에서 개발된 후보물질이 비용이나 노하우 부족으로 사장되는 '병목현상'이 문제"라며 "국가가 나서 이 부분을 해결해 줌으로써 국산 항암신약 개발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문학적 비용에 대한 부담감, 높은 실패 가능성을 그도 모르지 않는다. 이 원장은 항암제 개발의 첫 걸음을 '사신양호(捨身養虎)'라는 한자성어에 비유했다. 그는 "호랑이에게 잡혀먹기보다는 몸을 던져 호랑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라고 말했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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