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기자
남성들이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유통 업계에서 명품 시계의 영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브레게’ ‘블랑팡’ ‘파르미지아니’ ‘오데마 피게’ ‘제라드-페리고’ ‘아.랑게&조네’ ‘예거 르쿨트르’. 열거된 브랜드 중에 몇 개를 알고 있는가? 이 브랜드들은 2~300여년 동안 최고급 시계만을 생산해 온 브랜드로 최근 3~4년 사이 한국에 착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엔트리 라인-해당 브랜드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을 일컬으며 주로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추고 있다’ 이 100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고가의 보석이 세팅되거나 시, 분, 초 외에 기능이 추가되면 시계 가격은 수억 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 같은 이들이 유통업계의 노른자위를 점령하고 있다. 왜일까? 자기 표현에 소극적이던 남성이 명품 시계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유명 백화점들은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더 고급스런 시계 브랜드 모시기에 뛰어든 것이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는 지난 6월, 몇몇 유명 시계 브랜드가 입점했고 9월 추가 입점 결정한 브랜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롯데 백화점 명품관 에비뉴 엘 2층도 시계 전문 브랜드 편집 매장으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미입점된 브랜드 도입 등을 준비 중이다. “고가 시계를 구입하는 고객이 많아지면 관련 남성 제품 매출도 상승하죠. 당분간 명품 시계 브랜드의 한국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롯데 백화점 홍보팀 이경수 대리의 설명이다.여성은 백화점 전 층을 둘러보며 쇼핑하지만 남성은 원하는 제품이 있는 곳에 집중하는 목적형 쇼핑을 한다. 그래서 시계 편집 매장이 남성 고객에게 더 효과적인 공간이다. 시계 편집 매장의 효시는 갤러리아 백화점. 2009년 갤러리아 이스트 (명품관으로 더 친숙하다) 지하 1층은 하이 주얼리와 명품 시계 브랜드로만 꾸며졌다. 단위 면적당 가장 값비싼 제품들이 채워진 공간인 셈이다. <H3>남자. 왜 시계에 열광하는가?</H3>패션 관계자들은 남성 패션의 마침표는 시계라 얘기한다. 자동차의 경우 직장 분위기와 가족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선택 시 방해 요소가 많지만 시계의 경우 경제력만 보장 된다면 얼마든지 개인적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백화점 매출의 큰손이 젊어졌습니다. 최근에는 30대 남성들의 씀씀이가 커졌는데 이들이 열광하는 품목이 명품 시계입니다.” 신세계 백화점 홍보팀 정희원 대리 설명이다. ‘397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30대, 90년대 학번, 70년대 태생을 일컫는데, 멋 내는 것이 남성답지 못하다고 느껴왔던 기성세대의 고정 관념에 반해 자기 연출도 비즈니스 능력이라 여기며 남보다 좋은 것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남성 월간지 〈지큐 GQ〉 이충걸 편집장은 일반 패션 기사보다 시계 기사를 대하는 독자 열독률이 높다고 전한다. “새로운 브랜드들을 알게 되면서 그 속에 담긴 기술력과 역사를 탐구하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것이라 보여진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