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세계은행이 24일 베트남의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CPI)과 관련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도대체 얼마여서 이런 평가가 나올까? 베트남 통계청은 24일 6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20.8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의 19.78%보다 높은 것이자 2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들어 6월까지의 CPI는 13.29%나 상승했다. 이 상승률을 쉽게 말하면 갖고 있는 돈의 가치가 6월 한달에 근 21% 줄었다는 얘기가 된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돈 가치가 하락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세계은행의 평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베트남 물가가 이렇게 뛴 주범을 꼽자면 식품 가격 급등과 교육 서비스, 교통비, 주거비, 건축 재료 등의 가격상승은 물론, 베트남 통화인 동화 가치 하락이다.베트남은 석유와 쌀 등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그러나 자원만 풍부했을 뿐이지 가공능력이 없어 자기 나라 자원을 해외에서 가공해서 들여와야만한다.게다가 국내에 소비재나 자본재를 생산할 변변한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종 소비재와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인 것이다. 자원을 팔아 이돈을 대는 경제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무역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문제는 베트남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자국 통화인 동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이다. 베트남 동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수출가격이 싸져 경쟁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얻었을 수 있다.그러나 이는 동화 표시 수입품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다시 이는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앞으로 동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이 베트남 경제를 엄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베트남은 지난 2월11일 동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는데 이는 15개월 사이 무려 네 번째였다. 베트남 동화는 1달러에 2만575동 수준이다.싱가포르 크레디트스위스의 산티탄 사시라타이 이코노미스트도 이런 맥락을 감안해 "물가상승은 아직 꼭지점을 찍지 않았다"면서 "오는 8월, 9월 사이 인플레이션은 23%까지 오른 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을 17%로 예상하고 올해 말에는 16%로 차츰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물가안정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초 물가 상승률 목표를 7%로 잡았다. 이런 저런 거시경제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문자 그대로 '목표'에 그쳤다. 최근에서야 이를 연평균 15%로 올렸다.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고통받는 것은 돈 없는 서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금만 가진 사람도 돈가치 하락으로 큰 고통을 갖는다.베트남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금리인상과 통화 평가절상 정도인데 후자는 수출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리인상이 거의 유일한 처방전인데 이는 대출비용을 높여 시중에 풀린 돈을 줄이고 따라서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겠지만 역시 고물가와 함께 서민들에게는 고통스런 처방전이 된다.금리인상을 통한 통화긴축조치는 투자심리도 얼어붙게 해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당연히 베트남 정부는 성장 전망도 낮췄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쇼크 부디아 전략가는 "'긴축'이라는 의미는 재정적인 측면 뿐 아니라 통화 정책적인 측면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경제구조, 부적절한 정책대응이 초래한 고물가는 고금리처방을 불러 베트남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을 뿐이다.조윤미 기자 bongb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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