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 드리운 부패의 그림자가 크고도 짙다. 국토해양부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국토부 직원 15명은 지난 3월 하천협회가 주최한 제주도 연찬회에 참석한 뒤 4대강 살리기 공사업체 등으로부터 술대접을 받다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적발됐다. 어제는 한 부동산투자신탁회사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관련 과장이 구속됐다. 그런가 하면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위 임원들도 공금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본부부터 산하기관까지 곪을 대로 곪은 셈이다. 국토부만 그런 게 아니다. 감사원,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의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업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놀고먹는, 이른바 '목금 연찬회'를 연 사실이 드러났다. 총리실에 따르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직원들도 예사로 술대접이나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에서 카드 도박을 한 건 차라리 애교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직자들의 비리 불감증은 도를 넘어섰다. 국토부는 사건이 터지자 '룸살롱이 아니고 나이트클럽이었다' '술값, 밥값은 나중에 업체에 되돌려 주었다'는 등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려 했다. 산하기관이나 업체들로부터 술대접을 받는 게 무슨 큰 대수냐는 투다. 술대접을 받다 적발된 직원들에게 고작 주의, 구두경고 등에 그친 것이 바로 비리 불감증의 한 방증이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 비리와 관련해 "이제 한계가 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공직사회 전반에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국민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달 내놓은 2011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 보고서에서 한국을 '소극적 이행국'으로 분류했다. 부패방지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비리 척결의 엄포만 놓을 게 아니다. 부패의 뿌리를 확실하게 뽑아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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