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문희준 씨나 김규리 씨처럼 소문난 춤꾼의 무대도 멋졌지만 더 큰 감동을 준 도전자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70년대 후반, UCDC(Union Cbllege Disco Qub)라는 이른바 대학 연합 춤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춤 잘 추는 남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춤을 잘 춘다는 게 점잖지 못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멋지다는 인식이 그제야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댄스뮤직의 원조라 불리는 박남정이 ‘아! 바람이여’를 들고 나왔던 게 1988년이니 불과 십년 사이 세상이 달라져버린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아무리 춤 잘 추는 남자들이 늘어나도 자신의 틀을 깨지 못하는 남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더군요. 음악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게 너무나 어색한 남자들 말이에요.대한민국 톱스타들의 댄스 스포츠 도전기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참가한 남자 분들의 대다수가 바로 그랬습니다. 댄스그룹 출신의 문희준 씨야 예외였지만 다들 파트너와의 첫 대면 때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시더라고요. 리듬에 맞춰 편하게 아무 춤이나 춰보라고 권하자 마지못해 움직이시는데 그 품새들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춤과는 담을 쌓고 사셨을 연배의 연기자 김영철 씨며 성악가 김동규 씨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신세대 아나운서 오상진 씨조차 파트너에게 막춤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특히나 마라토너 이봉주 씨는 춤은커녕 아예 몸을 움직일 엄두도 못 내시던 걸요. 그러니 이분들이 과연 난이도 높다는 스포츠댄스가 가능하기는 할는지, 더구나 파트너와 짝을 이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게 가능할지 보는 제가 다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로 봐서 대충 했다가는 호된 비난에 시달릴 게 불을 보듯 빤한지라 걱정이 앞설 밖에요.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어도 단시간 내에 제대로 된 경연을 보여주자면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진데 과연 다들 그런 각오는 가지고 도전에 임하신 건지, 그도 궁금했어요.<H3>도전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H3>춤과는 평생 거리가 멀었을 김영철, 김동규 씨 같은 중년 남성들도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그러나 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열한명의 참가자 전원이 그간의 노력이 짐작되고도 남는 무대를 펼쳤지만 제가 걱정해마지 않았던 몸치에 가까웠던 남성 참가자들의 변신은 놀라운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뻣뻣하던 오상진 아나운서가 밝은 미소를 지어가며 경쾌하게 자이브 스텝을 밟는 것도 신기했고 예순을 앞둔 김영철 씨가 보여준 기품 있는 왈츠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딸이 아버지와 함께 추는 댄스 스토리였는데 심사평에 의하면 초보자가 그처럼 왈츠 기본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품위를 잃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히나 마라톤 자세를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해낸 이봉주 선수의 근성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 프로그램 하나가 댄스스포츠 열풍을 선도해주길 기대한다는 건 아마 무리일 겁니다. 저는 그저 여러분의 도전이 음악에 몸을 맡기길 두려워해온 우리나라 남자들 가슴에 느낌표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다가올 첫 경연, 몸치 남자들의 도전,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