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의 펀드브리핑] 베이비부머 '월분배형 펀드'가 제격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요즘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월 분배형펀드'이다. 적립식펀드가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적립하면서 목돈을 만드는데 중심을 뒀다면, 월 분배형 펀드는 반대로 목돈을 맡겨두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찾아 쓰는데 중점을 둔다. 투자자의 관심이 적립상품에서 인출상품으로 옮겨가는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관련 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월 분배형 펀드가 정착한 일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이 펀드의 성장은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량퇴직과 맞물려 있다. 단카이 세대란 전후 1947~1949년 3년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이들이 은퇴를 앞둔 2005년부터 월 분배형 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그 규모가 35조엔을 넘어섰다. 일본의 공모펀드 시장규모가 약 65조엔이므로 월분배형이 공모펀드 시장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대량 퇴직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55~1963년에 출생한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현재 712만 명이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직장에서 정년을 맞고 있다. 이들이 퇴직하고 나면 당연히 직장에서 매달 꼬박꼬박 받던 월급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다.은퇴자들의 금융자산 규모를 보면 일본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 세대주가 가진 금융자산이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75%를 차지한다. 1950년에서 1975년에 이르는 고도 성장기를 이끈 주축 세력들인 고령자들의 자산규모가 '잃어버린 20년' 이라는 저성장 국면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보다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은퇴를 목전에 앞둔 50대와 40대가 70~80년대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라는 점에서 상당한 규모의 금융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노후준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인출 상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불 보듯 뻔하다. 고령화와 함께 찾아온 저금리도 은퇴자들을 월 분배형 펀드로 눈 돌리게 했다. 어느 정도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 고령화와 저금리라는 험난한 파고와 맞서 싸워야 하는 베이비부머에게 월 분배형펀드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적립에서 인출로 가는 투자문화의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증권부 김현정 기자 alpha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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