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전 주로 서울대 학생들만을 만나왔는데 이들의 고민이 과연 모든 대학생들의 고민을 대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거절의 답변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기획한 쌤앤파커스 관계자가 2009년 봄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에게 이 책의 출판을 제안했을 때의 얘기다. 김 교수가 한 제자의 고민 상담을 해 준 뒤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린 게 책 출판의 계기가 됐다. 당시 출판사로부터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글을 담은 책을 내자는 연락을 받은 김 교수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또렷했다. 그는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이 다른 사람들에게 혹시 한가한 고민으로 비춰지진 않을지 고민이 된다는 점, 경제ㆍ경영서가 아닌 에세이를 출판할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거절의 뜻을 밝혔다.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서울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다른 20대들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김 교수를 설득하려는 출판사의 노력은 계속됐다. 수차례 김 교수를 직접 찾아가 설득을 한 뒤에야 책 출판이 결정됐다. 대한민국 20대의 고민을 잘 담아낼 수 있을 지가 제일 걱정이었던 김 교수는 자비를 들여 설문조사에 나섰다. '대학 전공은 누구 뜻에 따라 결정한 것인가', '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본 적이 있는가', '아르바이트는 얼마나 하고 있나', '취직할 때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설문지에 들어갈 질문 70개를 직접 고민해 만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전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나니 걱정이 사라졌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서울대생이나 다른 대학생들이나 그들 또래가 고민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다. 김 교수는 설문조사를 한 것 외에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서울대생이 아닌 친구들을 4명 데려오면 밥을 사주겠다'고 해 다른 학교 학생들을 여러 번 만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듣기도 했다. 신정아씨의 책 '4001'이 나왔던 때를 빼고는 19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킨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이처럼 철저한 조사와 사전 작업을 거쳐 나왔다. 지난해 12월 말 출간된 이 책은 한 달이 지났을 때 판매부수 10만부를 훌쩍 넘겼고, 5월 말까지 모두 70만부가 팔렸다. 5만부 정도도 팔리기 어려운 에세이로서는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출간 6개월 만에 520쇄까지 찍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흥행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주목의 대상이라는 게 출판가의 중론이다.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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