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올리기 step by step]①면접, 경력자랑 말고 스토리로 승부하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직장인들은 배 아플 일이 또 있다.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높은 몸값을 받으며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다. 살살 쓰려오는 아랫배를 움켜쥐며 생각한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된거야?' 이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다. 평생직장 개념이 옅어지며 직장인들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바로 본인의 몸값을 올리는 기술이다. 4회에 걸쳐 몸값 끌어올리기의 비결들을 알아본다. 첫회는 면접이다. 종이 위 활자가 아닌, 면(面) 대 면으로 만나는 자리.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은 면접이 갖는 힘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에게 면접은 자신의 강점을 가장 효과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자리다. 동시에 이전 단계까지 좋았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그만큼 중요하다.경력 면접은 신입 면접보다 단계가 간단하다. 보통 실무면접-임원면접 등 2단계로 이뤄지고 경우에 따라 대표이사 면접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해외에 본사를 둔 경우 전화면접 등이 추가돼 5, 6차 면접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하주희 커리어케어 컨설턴트는 "겸손이 미덕이라는 건 이직 면접에서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며 "자신감 있게 자신의 강점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면접은 그냥 가만히 앉아 면접관의 질문만 듣다가 오는 자리가 아니다. 헤드헌팅사를 통해 진행되는 면접은 검증된 인재 풀 내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이력서 심사를 거쳐 면접에 임하는 이들은 대부분 소위 업계 실력자인 경우가 많다. 면접에서 본인PR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난 떨어져도 그만'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소리다. 비슷비슷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본인이 채용되고 싶다면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강조해야 한다. 하 컨설턴트는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 없고 똑같은 경력 없다"며 "자신만이 지닌 차별점을 잘 파악해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면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결은 '철저한 준비'와 '스토리 강조'로 압축된다. 우선은 준비다. 경력자는 신입과 달리 지원 포지션이 세부적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같은 마케팅 분야라고 해도 마케팅 기획, 마케팅 조사, 브랜딩 전문 등 구체적인 분야로 나눠진다. 면접에 임하기 전 지원 포지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하 컨설턴트는 "가끔 연봉, 직급 등에만 관심을 갖고 지원분야 정보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력서부터 구체적인 포지션에 맞게끔 리뉴얼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준비에는 지원 회사에 대한 준비도 포함된다. 지원하는 자리의 발생 사유가 결원인지, 퇴직인지 등 조직적인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꼼꼼하게 사전 정보를 수집할수록 실제 면접에 충실하게 임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 셈이다. 이은아 커리어케어 과장은 "단순한 퇴직이라도 상사와의 트러블, 육아 등 사유는 천차만별"이라며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로컬기업인 A증권사에 지원했던 B씨는 사전준비에 소홀해 이직에 실패한 경우다. 국내 외국계 계열에서 근무하던 그는 A사가 해외지사 인재를 뽑고 있음을 알고 지원서를 냈다. 그는 로컬기업과 외국계기업 간에 존재하는 조직문화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면접에 임했다. 보통 로컬은 외국계에 비해 팀워크, 조직융화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B씨는 면접 과정에서 "회식자리가 많냐" 등 개인주의적으로 보일만한 질문을 했다. 면접관들은 그가 팀워크에 미흡할 것이라고 판단, 탈락시켰다.사전준비 과정에서 소위 카더라 통신에 너무 연연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된다. 하 컨설턴트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듣고 '이렇더라는데 어쩌냐'는 식으로 묻는 경우가 있다"며 "그보다는 헤드헌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 등 좀 더 검증된 데이터를 취합하는 게 옳다"고 전했다.
◆스토리를 구성하자=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스토리'를 면접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스토리란 본인이 지닌 수많은 성과, 실적 중에서 면접관이 듣고 싶고 호감을 보일만한 것들을 뽑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면접관 맞춤형 음식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 과장은 "무엇보다 지원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요건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며 "아무리 이력이 화려해도 업무 연관성이 없는 것들만 늘어놓는다면 누구도 뽑고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접관은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어떤 업무를 했고, 어떤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싶어 한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우선 본인이 수행했던 연관 프로젝트를 언급하고, 그로 인한 성과, 의미 등을 설명해야 한다. 중요한 건 연관성이다. 마케팅 기획 인력을 뽑는다면 본인의 다른 분야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도 마케팅 기획 프로젝트를 말하는 게 옳다. B은행으로 이직했던 C씨는 스토리 구성을 잘해 성공했던 경우다. B은행은 앱 개발 인력을 뽑고 있었다. IT이력이 다양했던 C씨는 자신이 했던 업무들 중 앱 개발에 관련된 것들만 차분히 풀어갔다. 그가 말한 프로젝트는 수억원 단위 규모였다. 수천억원짜리 규모의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그였지만 B은행이 원하는 본인의 스토리를 선보였던 것이다.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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