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최대실적' 정유사, 답답하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1분기에 사이좋게 최대실적을 거뒀던 정유업체 직원들이 요즘 통 입맛을 잃었다. 다음주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원적지 관리에 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소식에 얼마나 나올지부터가 걱정이다. 여기에 일부 정유사가 자진신고를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며 업체간 반목(反目)이 쌓이고 있다. '묘한' 기름값 논쟁으로 불거졌던 정부와 싸늘한 관계를 풀어줄 신임 협회장에 대해선 기대반 우려반의 눈빛이다.20일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과징금이 얼마나 나올지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상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적은 대부분 수출로 냈지만 결국 다른 작은 부분에서 일이 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LGP공급업체 6개사 과징금으로 6889억원을 부과했던 경험에 비춰, 이번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업체들은 원적지 관리가 담합이라는 시각에 불만스런 목소리다. 매출이 높거나 상징성이 큰 지역의 주유소를 잡기 위해 기름을 싸게 공급하거나 각종 혜택을 주는 원적지 관리는 일종의 영업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일단 과징금이 부과되면 원적지 관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납입해야하기 때문에 당장 큰 부담이다.과징금을 줄일 수 있는 희망이라면 지난달부터 시행한 기름값 100원 인하조치로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했다는 점인데 이마저도 국제 원유가 상승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퇴색된 상태다.아울러 일부 업체가 원적지 관리에 대해 정부에 자진신고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껄끄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09년 LPG 담합 당시 SK에너지와 SK가스가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그때의 보복성으로 일부 업체가 이번엔 먼저 자진신고를 했다는 것.한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이 발표되면 명확히 밝혀질 내용이지만 이런 소문은 결국 업체간 불편한 관계만 키울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런 상황에서 대한석유협회는 25일 총회를 열고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유업과 연관된 경력이 전무한 그에게 이 같은 상황은 녹록치 않을 뿐더러 자칫 업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업계 관계자는 "새 사람에게 거는 기대만큼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찌됐든 주어진 상황을 원만하게 타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귀뜸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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