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어제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에 차량 19대 전체의 정밀 재점검을 요구했다. 지난해 3월 도입한 KTX산천 2호차 하부의 모터감속기가 떨어지기 직전 상태에 있는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한 데 따른 조치다. 무게가 0.5t에 이르는 모터감속기가 떨어져 나갈 경우 차체와 충돌해 자칫 탈선이나 전복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리콜' 요구는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KTX는 그동안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로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2009년 23건에서 지난해 53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만도 지금까지 27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국산 기술로 개발한 KTX산천은 더 심하다. 현재 46대가 운행 중인 일반 KTX는 지난해 25건의 고장 및 사고가 났다. 하지만 작년 3월부터 19대를 운행하기 시작한 KTX산천은 28건의 고장을 일으켰다. KTX산천의 사고율은 147.4%로 일반 KTX의 사고율 54.3%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상황이 이럼에도 현대로템 측의 자세는 안이하다. 고속철 선진국인 프랑스도 1990년 초기 3개월 동안 95건의 고장이 발생한 만큼 1년간 41건의 고장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출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겠지만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다. 20년 전 수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수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기술적 결함은 없는지, 설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 안전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안전에 큰 문제 없다고 말하다가 뒤늦게 KTX산천을 '리콜' 요청한 코레일의 대응도 잘못됐다. 당장 일반 KTX에 대해서도 전면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차체의 안전성뿐 아니라 운행 미숙도 따져볼 일이다. 코레일이 '리콜' 요청이라는 강수를 꺼내든 게 잇단 사고의 책임을 차체 결함으로 넘기려는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을 헤아려야 한다. 차량ㆍ선로ㆍ신호 시스템 오류, 사전정비 미흡, 기관사의 안전불감증 등 운영상 오류로 인한 사고가 잦은 이유도 무엇인지 문제점을 밝혀내 뜯어고쳐야 한다. 고속철은 승객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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