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칙 '김치본드' 철저히 막아야

이른바 '김치본드(국내 시장에서 발행한 외화표시채권)'가 변칙적인 원화조달 방법으로 악용되면서 환율을 떨어뜨리고 단기 외채를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지난달 말 "원화 강세(원ㆍ달러 환율 하락)가 일방적이고 빠르다"며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투기적 매도와 김치본드의 발행이 외채 증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 등을 대상으로 김치본드의 발행 실태에 대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검사 대상과 기간도 늘리기로 한 것은 예상보다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김치본드는 공모 형태로 발행해 조달한 외화를 해외에 쓰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내 기업들과 외국계은행 지점 등이 짜고 원화를 싸게 조달하는 수단으로 적지 않게 악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출금리가 연 6% 안팎인 것과 달리 김치본드 발행 금리는 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채권을 공모하지 않고 2~3곳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팔아 '무늬만 공모'이지 사실상 사모 형태로 발행된다.정부가 뒤늦게나마 김치본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다만 타이밍은 늦었다. 올 들어 단기외채가 153억달러나 늘어나고, 김치본드 발행액은 지난달 말까지 5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61억5000만달러)에 육박했다. 달러당 환율도 최근 1060원대로 크게 떨어져 2008년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제서야 김치본드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시장 감시가 태만했다는 얘기다.얼마나 다급했으면 정부가 김치본드를 지목해 외환 투기세력과의 공개적인 전면전을 선포했겠는가. 외환위기 때 외은 지점의 단기차입이 한순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경험을 떠올리면 외환 관련 기관들은 좀 더 시장 동향에 민감했어야 했다. 저축은행 사태 등 늘 문제가 커져서야 다들 허둥대는 것을 보면 불안하다. 이제라도 김치본드를 변칙적으로 악용한 기업과 금융기관은 처벌해야 한다. 김치본드의 발행 제한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외 금리 간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금리 차가 크면 변칙 외화조달 욕구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 등 국내 경제를 보다 잘 운용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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