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부쩍 늘어난 여유..농담은 기본?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들어 언론과의 만남에서 한결 여유있는 자세를 보여 관심을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 공식적으로는 첫 출근한 후 오후 3시께 퇴근했다. 본사 42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들로부터 그룹 전반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그동안에는 한남동 승지원에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및 개별 보고가 필요한 CEO들이 직접 이 회장을 찾아 사업논의 및 지시를 받아왔다.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관련 해외 출장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 언론과 만났을 대 가감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 대응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우선 이 회장은 이 날 오후 2시께 사내어린이집과 삼성전자 홍보관인 딜라이트 방문을 위해 1층 로비로 내려왔다 기다리고 있던 많은 취재진을 본 후 "잠시 지하에 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30여분 후 로비로 돌아 온 이 회장은 사옥 첫 출근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첫번째 질문에 "'빌딩이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삼성 서초사옥은 이미 지난 2008년 11월 입주가 완료됐고 그동안 이 회장은 올해의 삼성인 시상식 등 각종 행사 참석을 위해 사옥을 방문한 바 있어 "빌딩이 참 좋다"라는 대답은 유머를 섞어 일문일답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조성하려는 의도였던 셈이다.또 그룹 전반에 대한 보고 중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냐고 묻자 "회장이 인상깊은 이야기를 들으면 안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회장이 깜짝 놀랄만한 보고를 받으면 회사가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특히 앞으로 자주 올 것이냐는 물음에 "질문을 하는 기자가 보고 싶으면 자주 오겠다"고 답하는가 하면 "(오늘 출근한 것은)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라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이같은 이 회장의 여유로운 대언론 자세는 평창올림픽 관련 해외출장이 잦아져 기자들과의 만날 기회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최근 김포공항에서 남기자와 여기자들이 함께 있자 여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난 여기자와만 악수한다"며 남성기자들을 장난기 어린 눈으로 힐끗 쳐다보기도 해 수행원은 물론, 주변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또 세무조사로 정부가 삼성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보여요?"라며 오히려 반문해 기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도 있다. 이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오히려 반문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항상 만족하지 않고 긴장을 불어넣지만 최근에는 언론과 접촉이 잦아지면서 인터뷰 내용이나 자세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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