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8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눈덩이 재정적자와 이를 해결할 국가적 역량이 의심스럽다는 게 이유다. 세계 최강국이자 경제대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지자 당사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이며 출렁거렸다. 글로벌 증권시장은 일단 하루 만에 안정세를 되찾은 기미다. 신용등급 전망이 내려갔다고 해서 미국의 최상급 '트리플A(AAA)' 등급이 곧바로 강등되는 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정치적 판단'이라 비난했고,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입장도 S&P와는 다르다.그렇더라도 S&P의 부정적 평가가 던진 충격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재정위기의 망령'이 유럽과 일본을 거쳐 미국에 본격 상륙했다는 의미다. '미국병'으로 불리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는 한층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는 14조219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91.6%에 이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적자 감축안을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S&P의 부정적 평가는 미국의 이 같은 불안한 상황에 대한 경고장이라 할 수 있다.미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 의구심에도 불을 붙였다. 이는 '미국 이후의 세계 경제'라는 지구촌의 화두와도 이어진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벌충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오랫동안 달러를 마구 찍어냈다. 그 결과 국가 체력은 떨어지고 세계의 기축통화였던 미국 달러화의 위세는 약해졌다.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경쟁자로 올라섰다. 얼마 전에는 선진 7개국(G7) 회의에 맞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가들이 중국에서 회동했다. 미국의 위상 약화는 이 같은 변화를 한층 가속화할 것이다.우리는 어떤가. 정부가 장담하듯 재정적자는 안심해도 좋은가.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이번 미국 신용전망 강등의 파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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