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IT선임기자가 만난 사람-박지영 컴투스 사장
김동원 선임기자
[아시아경제 김동원 선임기자]“인생이 게임 아닌가요? 특히 제 인생은 모바일게임에 그대로 녹아있죠. 그런데 요즘 너무 속이 상합니다...”국내 모바일게임 대표업체로 꼽히는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을 19일 만났다. 재기발랄함이 트레이드마크인 박 사장이지만 얼굴이 다소 까칠해보였다. 가산디지털단지내 컴투스에서 만난 그는 ‘스마트폰 게임 난민(難民)’ 신세를 벗어날 묘안 없습니까?”라며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박 사장은 셧다운제를 비롯해 스마트폰 앱스토어 등에서의 게임 카테고리 배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 등 게임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돼가는 분위기에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는 듯 했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
그는 특히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셧다운(Shut down)제 도입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회 본회의를 거쳐 이르면 연말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돼 게임업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우려했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네트워크게임(온라인게임과 PC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금하는 것으로,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는다고 해서 일명 ‘신데렐라법’으로 불린다. 박 사장은 “국내에서 시판되는 애플 아이폰의 앱스토어에는 아예 게임 계정이 없어 컴투스가 출시한 게임 등 각종 모바일 게임을 국내 이용자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콘텐츠가 앞으로 IT의 미래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안드로이드 마켓 마저 모바일 게임시장이 닫혀 있는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토종 한국 게임 조차 외국계정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보니 '모바일게임 난민'이라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는 것. 더욱이 이같은 속사정을 모르는 일부 이용자들이 “컴투스가 국내에는 게임을 출시하지 않으면서 외국에만 게임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매국노 아니냐”며 황당한 주장을 펼 때는 가슴이 답답하다고 박사장은 토로했다.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있는 게임을 이용하려면 미국 계정으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박 사장 본인은 "미국에 컴투스 해외법인이 있어 미국계정을 등록해 아이폰으로 게임을 테스트하거나 이용한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유료 결제 방식 때문에 미국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해야 하므로 국내에서는 미국 계정을 만드는 것이 간단치가 않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마켓 등 오픈마켓을 통해 미국산 기프트카드를 구매한 뒤 그것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아이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고 그는 귀띔했다.
박지영 사장(그래픽=이영우 기자)
박 사장은 “셧다운제에 모바일 게임을 포함하는 것은 2년 유예후 다시 정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문제가 많다"면서 “하지만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지키기 어려운 법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비록 청소년 대상으로 새벽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셧다운제가 적용된다고 해도 결국은 소셜게임 등도 금지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페이스북내 게임서비스뿐 아니라 엑스박스 라이브 게임 등도 막아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의원입법을 통해 게임업체로부터 매출 1%씩을 걷어 2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려는 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이는 게임업체를 몸통부터 옥죄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사장은 2000억원의 게임기금 모금설과 관련, “어찌보면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보호라는 것을 내세워 산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위치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보호법을 흔히 만능법이라고 한다”면서 “청소년 유해 매체를 선정할 수 있는 파워가 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만 내세우면 그 어느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한계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박 사장은 지난 13일 출범한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게임업계의 대변자로서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콘텐츠산업진흥위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관계부처 장관 등 12명의 당연직 위원과 8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어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의 콘트롤타워로 불린다. 민간위원에는 박 사장 외에 이석채 KT회장, 김인규 KBS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부문 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컴투스 박지영 사장
박사장은 애플 앱스토에 올린 컴투스 게임이 14개에 이른다면서 특히 홈런배틀3D 야구게임은 시합 횟수가 2억번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박 사장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이 게임을 해보니 약 2~3분이 걸렸고, 전체 랭킹은 261만등으로 평가됐다.그는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과 저는 어린시절 오락실에서 게임을 많이 했고, 게임많이 한다고 엄마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그런 게임키드들이 만나 결혼하고 창업하면서 컴투스라는 국내 모바일게임 1호 상장사를 일궈낸 것 아니겠느냐”면서 “인생이 게임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세살, 다섯 살 자녀 둘을 두고 있는 박사장은 어린 아이들이 벌써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어린시절 대다수가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등을 했으나 이제는 휴대폰 게임을 즐긴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게임을 접하는 자유분방한 요즘 청소년들을 접하면서 게임중독을 없앤다는 명분을 앞세워 ‘셧다운’이라는 규제의 족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서 '운전 1년차 미만 초보 운전자는 새벽시간대 운행을 금지(셧다운)한다'는 법이 통과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국내 게임산업의 생태계를 고사시켜 말 그대로 ‘게임오버(Game Over)’라는 탄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동원 IT선임기자 dw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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