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깊은 인생/구본형 지음/휴머니스트/1만3000원저녁 9시, 기차가 마리츠버그 역으로 흘러들어왔다. 객차에 올라선 백인 승객이 간디를 보자 당황했다. 밖으로 그 승객이 사라지고 두 명의 역무원이 들어왔다. "너는 화차로 가" "나는 일등실 차표를 가지고 있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화차로 가" 저항하던 간디는 대합실로 끌어내려졌다. 남아프리카 고원지대에 있는 마리츠버그 역은 겨울이라 추웠다. 간디는 덜덜 떨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른 이의 권리를 변호해줘야 할 변호사인데 내 권리조차 못 지키지 않았는가?' 그걸 깨달았을 때 시시한 변호사 간디는 마하트마(위대한 영혼)가 됐다.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씨가 19번째 책을 냈다. 1인 기업을 시작한 지 12년만이다. 그는 18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someday) 찾아오는 특별한 순간을 통해 평범한 삶이 특별한 삶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디를 포함해 7명의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깊은 인생>이 그것이다.
-7명의 위대한 인물 가운데 특히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는가.▲조지프 캠벨이다. 그는 우드스턱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보낸 5년 동안 인류의 유산인 책 속에 파묻혀 지냈다. 오랜 침묵의 시간을 통해 몰입함으로써 그는 위대한 학자가 됐다. 위대한 일은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서서히 달성된다는 세네카의 말이 잘 적용되는 사례다. 한 분야에서 하루 3시간씩 10년동안 1만시간 이상을 고독과 싸워 이겨내면 위대한 성과가 나타난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쓴 까닭은.▲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인물이 되는 특별한 도약점을 찾으려고 전기를 뒤졌다. 객관적으로 그 사람 입장이 돼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이 도달한 정신적 경지가 무엇이었는지, 또 왜 그 순간이 삶을 바꿨나를 보려했다. 이를 위해 책을 네 개의 방으로 구성했다.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첫번째 방,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는지 보는 두번째방, 그리고 나(구본형)에게도 있었는지 살펴보는 세번째 방이다. 네번째 방은 독자를 위해 안배된 방이다. 여기서 독자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삶의 전환점을 깨닫기가 매우 어려운데.▲그렇다. 어떤 순간이 왔다고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준비한 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우주적 공명이 일어난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이다. 신비적으로 보이지만 그렇다. 간디는 다른이의 권리를 변호해야 할 변호사였다. 또 부정을 못 참는 성격이었다. 이게 합쳐져 변호사가 정치인으로 변화했다. 체 게바라 역시 친구와 7개월간 남아메리카를 모터 사이클로 여행했다. 탄광에서 자고 있는데 너무 추웠다. 어떤 부부가 곁에서 자고 있길래 이불을 덮워줬다. 그 곳에 다녀온 뒤 "과거의 내가 아니다"고 말했다.-위대한 재능은 타고 나는가.▲타고 난 건 제한적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루즈벨트가 이런 말을 했다. "평범한 재능을 비범하게 계발하는 게 재능이다" 남들 보다 비교적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 집중계발해야한다. 전체 10점 중 그 중에서 비교적 나은 6~7점짜리 재능이 하나라도 있을 것이다. 그걸 정해서 갈고 닦는 것이다.-어떻게 찾고 능력을 향상시키나.▲자기 일을 20개로 쪼개고, 부가가치와 적성이란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라. 부가가치가 크면서 내 적성에 맞는 걸 찾는 것이다. 내 근무시간의 50%를 거기에 집중해서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해라. 하루 4~5시간을 거기에 10년만 투입하면 그 분야에서 브랜드를 갖출 것이다. 20대 중반에 취직해 25년간 일하면 50대에 퇴직하는 게 현 시대다. 40~50년을 더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직장생활 25년간 모은 돈으로는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없다. '직장인 25년'과 '직업인 25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차별적 전문가가 돼야한다. 직장 안에서 훈련하고 밖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사는 것이 50년 모델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The only one'이 돼야한다.-그러면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나.▲소명과 재능을 깨달은 후에는 정진을 하면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주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을,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최근 카이스트 사태에도 적용될 얘기다. 버텨야 한다. 삶에 끈질기게 달라 붙어야 한다. 물러나선 안 된다. 그러면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탐욕과 욕망에 갇히면 안 된다. 갈림길에서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선택했을까하고 인생을 물을 수 있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라. -본인의 얘기인가.▲(구 작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작가가 되기로 하고 처음 3~4년간은 잠이 안 왔다. 불면이란 걸 처음 알았다. 의식주에 어려움이 없었는 데도 내가 나를 책임져야하는 것 때문에 잠이 안 왔다. 10년차가 되어서야 작가라는 내 정체성을 자각할 수 있었다. 글을 통해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할 수 있다면 나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구본형은?=우리시대 대표적 변화경영사상가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IBM에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하다 2002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만들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자의 길에 들어섰다. 인문학으로 경영을 풀어내는 빼어난 글쓰기로 유명하다. '시처럼 산다' (Life as a Poem)는 게 그의 꿈이다. 저서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의 필살기> <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의 The Boss> 등이 있다.
구본형의 깊은 인생
박현준 기자 hjunpar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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