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남아 4% 넘어설 수도…수요압력도 내년이 더 세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포인트 올려 잡은 3.9%로 제시했다. 아슬아슬하게 물가안정목표(3%±1%)에 턱걸이한 수준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물가상승률 전망을 3.4%에서 4.5%로, LG경제연구원이 3.1%에서 3.8%로 올린 것과 비교하면 상향폭이 작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을 상기하면 괴리마저 느껴진다. 한은은 향후 정부의 물가하락 노력이 이어지고 유가·채솟값이 하락할 것을 감안하면 3%대에 머무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IMF측이 제시한 4.5%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1분기만을 보고 기계적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제의 상방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고, 시장의 수요압력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물가잡기' 효과 봤다 =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물가상승률 전망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물가 '올인'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3일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한은의 물가상승률 전망과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으로 유류세 관련 요인을 제외하고도 연간 0.4%포인트의 물가상승률 인하 효과가 있었다"며 "구제역은 연간 0.3%포인트, 유가급등은 연간 0.4%포인트의 인상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올해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상승분이 정부가 펼친 미시정책으로 상쇄됐다는 뜻이다. IMF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해서는 "3월 물가 수준이 연말까지 간다고 가정하고 구한 것"이라며 국내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유가·채솟값이 나란히 떨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하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이 국장은 "올해 3~4월은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기록하는 시기"라며 "향후 유가가 진정되고 채소가격도 하락해 공급충격이 진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정정불안이 핵심 산유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아, 유가도 2분기 중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서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채솟값 역시 봄채소의 재배면적이 늘어나 떨어질 것으로 봤다. ◆"불확실성 높다"…4% 넘을 여지 남겨 = 단 연간 물가상승률이 4%대를 넘어설 여지도 남겼다. 이날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 말미에는 "물가경로에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폭 확대, 공급 충격의 2차 효과 가능성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우세하다"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실렸다. 향후 유가가 한은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경우 4%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한은 관계자는 "3.9%라는 전망치가 100% 확실한 것이 아니라 확률분포도 상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중심치일 뿐"이라며 "4%대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국장은 "연간 물가상승률 0.1%포인트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며 "최근 정유사들이 일제히 기름값을 인하한 것도 연간 물가상승률을 0.05%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내년이 더 걱정'…근원인플레이션 오른다 = 또, 기조적 물가오름세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남겼다. 이 국장은 "올해 4분기부터 근원인플레이션율이 3.6%를 기록, 소비자물가 상승률 3.4%를 넘어설 것"이라며 "올해보다 내년 물가오름세가 더 가파르다"고 말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물가에 후행하는 지표로, 시장의 수요압력을 나타낸다. 공급압력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그치는 데 반해, 수요측 요인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길게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한은 관계자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외부의 공급충격에 대한 물가변동폭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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