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남북이 29일 백두산 화산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남북대화의 문을 열지, 북한의 진정성 없는 대화도구로 전락할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남북의 민간 전문가들이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지만 당국자를 배제한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해 당국간 대화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북측은 지진국장 명의로 우리 측 기상청장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사실상 당국 간 협의를 제의했지만, 정부는 민간 전문가 차원의 협의로 대응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당국간 회담을 열기보다 민간차원의 협의라는 ’징검다리’를 통해서 북측의 속뜻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이번 협의에는 우리 측 민간 전문가 4명과 북측 전문가 3명이 참석,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백두산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 우리 측에서는 단장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기영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4명이 대표단으로 참석한다. 북측에서는 화산연구소 부소장 윤영근 단장과 장성렵, 주광일 등 3명이 대표단으로 나온다.정부당국은 북측의 제의에 대해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대화의 진정성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백두산밀영 기상관측소 자료'를 인용해 "1월 말부터 정일봉 일대의 기온이 점차 풀리면서 2월10일 현재 소백수 골짜기에는 버들꽃이 피어났다"며 "올해는 여느 해보다 9일이나 앞당겨 버들꽃이 피어났다"고 전했다.중앙통신은 또 1월16일에 이어 지난 7일에는 낮 1시부터 32분간 햇무리 현상이 나타나 김 위원장의 생가로 선전되는 백두산 밀영 고향집의 경치가 이채로워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백두산 밀영을 고(故) 김일성 주석이 김 위원장을 낳은 생가라고 지칭하고 선전하는 곳이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우상화를 위해 이용한 백두산이 폭발가능성이 있어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의한 것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피해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백두산은 김정일이 태어나고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한 혁명의 성지인데 북한이 남북대화를 위해 백두산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급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해도 북한이 원하는 대북지원 등을 재개하려면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갑자기 백두산을 논의하자고 제의한 것은 회의테이블안에서 북한이 북핵보유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거나 공동조사 명목으로 대화를 이어가 대북지원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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