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일본 정부가 핵문제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사고 대응이 너무 늦은 데다 그간 꾸준히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간 나오토 총리가 지진 발생 직후인 12일 현장을 둘러보며 “해안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와 6개의 원자로는 너무 자연의 위험(지진·쓰나미)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것을 계획한 사람들은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히데시 타케무라 핵에너지 반대 운동가는 “핵 발전소가 해안가에 위치해있는 것만으로도 수십 년간 사람들에게 위험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고, 추부대학교 핵 전문가인 타케다 쿠니히코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때 지진의 위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는데 정부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처음 몇 시간 대처만 잘했어도”=일본내 비판론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의 늑장대응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후쿠시마 원전의 6개의 원자로는 지진 당시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강진으로 원전 시스템이 작동을 멈췄다. 또 쓰나미로 냉각시스템용 발전기가 고장났다. 비상발전기를 교체했지만 원자로 내 냉각시스템에 누수가 생겼다. 이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지붕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난 뒤에도 몇 시간 동안은 방사능 유출이 없었지만 이후 몇 시간 동안 도쿄 전력은 명백히 회복 불가능한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10시간 동안 냉각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비상발전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콘센트가 제대로 맞지 않자 비상대책반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어이없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방사선 유출을 야기한 제1원전의 1~4호기 폭발이 연이어 잇따랐다.◆해수 투입, 왜 4시간 이상 기다렸나?=비판론자들은 또 도쿄전력이 제1원전 1호기 수소폭발 이후 해수 투입까지 4시간 이상을 기다린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 원자력위원회 위원인 오모토 아키라 도쿄전력 전 임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은 자산을 보호하려 해수 투입을 주저했을 것”이라면서 “연료용기에 해수를 넣으면 원자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쿄 전력은 이에 대해 “다른 무엇보다 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처였다”고만 답했다.쓰즈미 노리오 도쿄전력 부사장은 이날 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있는 대피소를 방문해 사과하면서도 자리에서 발전소 폭발의 원인과 대처 등 운영 및 관리 실수에 대해서는 낱낱이 설명하지 않았다.도쿄전력 엔지니어들은 현재도 원전 4개의 발전소 안에서 냉각시스템에 새로운 전력 케이블을 설치·복구하기 위해 방사선 유출 우려가 되는 연료봉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 FT는 “지진 직후에는 비상용 발전기에 연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일본에서는 아직도 보잘것 없는 일로 치부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유엔 핵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에 대해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것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日 정부의 낙관적 자세가 문제의 근본원인=일본 핵안전위원회 마다라메 후루키 위원은 이날 “일본 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과 디자인 절차 등 전방위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과 4년 전만해도 일본의 핵 발전소에 대해 넘치는 자신감을 토로했던 사람이다. 마다라메는 일본 내 핵과 관련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등을 조사하는 핵안전 조사원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다른 원자력 발전소의 지진 피해를 조사한 직후 “우리(일본)는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핵문제와 관련해 낙관적인 평가를 했던 사람이다.이 뿐 아니라 규제당국은 1971년 지어진 후쿠시마현의 다이치 원전 1호기를 10년 더 유지해도 좋다고 지난해 승인했다.그들은 원전 1호기 시설에서 방사선 수치와 물 수위 측정기의 균열을 포함한 16가지 결점을 발견했다. 규제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5년간 심각한 문제들을 고치기로 했다”고 보고돼 있다.이처럼 핵 관련 규제당국과 관계자들이 핵과 관련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안일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FT는 일부 비평가들의 말을 인용해 “세계에서 지진 발생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54개의 핵 원자로는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는 곳에 디자인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2번이나 심각한 지진으로 일본 원자로가 피해를 입었으나 안이한 준비태세와 위험인식 때문에 제대로 최악의 상황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이 외에도 비판론자들은 “일본 핵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NISA) 원장은 낡은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연장을 적극 지지했다”면서 “은퇴한 정부 관료를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취직시키는 등 규제당국과 원자력 기업간의 결탁 등 각종 비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조윤미 기자 bongb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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