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쇼크, 해외기업 불러놓고 투자자만 봉?

거래소, 유치만 급급 독일상장 사실조차 몰라

싱가포르서 거래정지후 15시간뒤 거래정지우리투자자만 뒷북 차이나리스크 악몽우려[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글로벌 증시를 꿈꾸는 거래소가 막상 해외 기업을 상장시켜 놓고도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해 애꿎은 투자자들만 골탕 먹고 있다.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중국고섬이 22일 돌연 거래정지됐다. 중국고섬은 전일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 증시에서 주가 폭락으로 스스로 거래정지를 요청했고 한국거래소는 이보다 15시간 늦은 이날 오전 10시 하한가로 추락한 상태에서 거래를 정지시켰다. 중국고섬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거래정지는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 문제를 일으킨 연합과기 및 중국원양자원과 마찬가지로 차이나기업 리스크가 커지는 형국이다.◆싱가포르 상장사라더니 = 중국고섬은 최초 싱가포르에 상장된 기업으로 한국 증시에는 2차 상장됐다.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의 제도를 우선적으로 따르다 보니 투자자들은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고섬은 12월 결산법인이므로 국내 기준으로는 3월말까지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지만 이 회사는 4월말까지 주주총회를 개최하면 된다. 국내에 직상장한 다른 중국기업들이 이달안에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감사보고서 역시 제출 시한이 다르다.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이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거래 정지사태에서도 우리 투자자들만 골탕을 먹었다.근본적으로는 외국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는 과정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능력과 국내 주관증권사의 기업분석 역량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중국고섬은 싱가포르와 한국 증시 뿐 아니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도 상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GF9이라는 코드로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서 2009년 9월 21일부터 거래되고 있다. 독일 증시에도 한국 증시처럼 싱가포르의 원주를 바탕으로 2차 상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고섬의 국내 관계자는 물론 한국거래소도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중국고섬이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도 이같은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중국고섬의 IR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 아마 다른 회사일 것"이라고 했다.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도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개국에 상장된 중국고섬의 경영진은 모두 동일했다. 독일 증시에서도 22일 거래가 정지됐다. 결국 중국고섬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독일, 한국 등 3개 증시를 모두 살펴야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그저 싱가포르 상장사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연합과기는 상장된지 5개월만에 퇴출 위기에 몰렸다. 결산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설이 돌며 거래가 정지돼 투자자들을 당황케 했다. 중국기업의 회계에 경종을 올린 사건이었다.우량기업으로 평가받던 중국원양자원은 상장당시 최대주주가 실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최대주주가 바뀐 것도 지각공시해 큰 파장을 불러왔다. ◆투자 손실도 눈덩이=중국고섬의 거래 정지 사태는 거래소는 물론 증권사,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 회사는 국내 증시에 상장하며 2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챙겼다. 공모 규모는 당초 1791억원으로 예정했지만 막판 공모가격이 높아지며 금액이 커졌다. 증권사들은 높아진 공모가격과 함께 더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은 126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하고 116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공동주관사인 한화증권 역시 63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32억원의 수익을 얻었다.하지만 이후 공모에서 미달이 발생하고 증권사들이 미달분을 떠안으면서 성공한 해외 IB딜이라는 기대는 '악몽'으로 둔갑했다. 대우증권만 해도 벌써 투자 손실률이 40%를 넘기고 있다. 830여만주를 581억원에 인수해 23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수수료 수입을 반영해도 손실이 117억원이다. 한 IB업계 전문가는 "중국기업들의 유치에만 신경썼지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진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중국 당국이 우량 기업의 해외 상장의 꺼려하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가 중국기업의 해외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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