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24시] 기자가 체험해본 교도소는…
담장 너머 재소자들이 사는 사동이 있다. 장기석 교도관(오른쪽)과 함께 걷는 본지 기자. 봄이 오면 이곳에도 꽃이 핀다고 한다.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오프라인'교도관24시'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아시아경제신문 독자들에게 들려드립니다.'끼잉'하는 쇠 긁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철문이 닫혔다. 이제부터 촬영과 비밀누설이 금지된 통제구역이었다. 키 큰 장기석 교도관이 조용한 어조로 주의를 줬다. "이제부터 보는 재소자들은 몇 번이나 교도소를 들락날락한 인물들입니다. 교도소 경력만큼은 신입 교도관보다 훨씬 앞섭니다. 쉽게 봐선 안 됩니다"창밖으로 날리던 눈발은 어느새 그쳤다. 교도소 내정문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전산시스템에 등록했다. 머리 위에 쓴 교도관 모자가 조금 어색해 보였다. 점퍼 한 켠에 '교정'이란 글자가 내 신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맨 넥타이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다.S3급 죄수 850여명이 수감된 이 곳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춘천교도소는 수형질서가 나름 잡힌 곳으로 꼽힌다. 법무부는 죄수들을 S1부터 S4까지 4단계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관리가 까다로운 흉악범이다. 춘천교도소가 S3급이란 건 '평범한 흉악범'이 수감되는 시설이란 뜻이다. 칼로 상대방을 35번이나 찔러 죽인 살인범부터 친모를 성폭행한 강간범까지 수감됐다. 장 교도관이 말했다. "담배 피우세요? 끊었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춘천교도소는 교도관들 사이에서 기피 지역으로 꼽힌다.기자는 지난 17일 신입 교도관으로 이곳을 찾았다. 안희용 춘천 교도소장에게 신고식을 거쳤다. "신고합니다. 2011년 2월17일부로 아시아경제신문 사회문화부 박현준 기자는 춘천 교도소 일일체험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안 소장에게서 명예 임명장을 받자, 함께 참여한 다른 교도관들이 "진짜 신입 교도관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바로 첫 근무로 투입됐다. 오전 11부터 1시까지 재소자들의 가족만남 행사가 있었다. 외정문과 내정문 사이에 있는 '만남의 집'으로 데려갈 14명의 재소자들을 버스에 태웠다. 버스 내부에서는 철망이 재소자들과 교도관들을 가로 막았다. 앞칸에 앉은 기자의 뒷편에서 들뜬 재소자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렸다."아 더러워~, 너 어디 가서 나랑 빵 동기라고 하지마라" "어, 저 자동차 내 건데. 내 동생이 타고 나왔네"다들 표정이 밝아보였다. 버스가 서자 교도관들 먼저 내렸다. 지정된 곳으로 배치됐다. "넌 거기 막아" 기자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교도관들 틈에 끼어 20여미터도 채 안 되보이는 이동 통로 한 켠에 섰다. 만남의 집으로 일렬로 걸어들어가는 재소자들이 기자를 계속 쳐다봤다. 기자가 '자꾸 보는데 눈을 어디둬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장 교위가 처음엔 그렇다고 했다. 모르는 얼굴이니까 누군가 싶어 보는 것이었다. 꽉 막힌 공간에서 매일 보는 얼굴만 보다 보니 신기해서란다. 어린 재소자 아들을 만나려고 닭고기, 김밥 등 싸온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넓은 방에서 돗자리를 펴고 기다리고 있었다. 말문이 겨우 튼 꼬마 아이는 재소자 아버지를 보고 어색한지 연신 "아빠, 아빠"하면서 얼굴을 바라봤다. 인간적인 모습에 재소자들의 모습에 맥이 살짝 빠지기도 했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주의를 받았다."예전에는 재소자들끼리 패싸움이 많았지요.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대신 자해를 하는 게 있긴한데.. 청송에서는 자기 성기를 자른 재소자가 있었지요.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다음 볼펜으로 찍기도 하고. 손가락을 잘라버리기도 하고. 왜 그런 짓을 하냐고요? 이 바닥에서 나름 명예같은 거라서요"그리고 교도소를 통해 바라보는 사회 변화상도 들었다. "옛날에는 소매치기가 참 많았어요. 요즘은 드물지만. 소매치기는 정말 악랄한 놈들입니다. 얘들은 칼이 아니라 톱을 가지고 다녀요. 지갑을 빼내다가 발각되면 톱으로 얼굴을 그어버리려고요. 톱으로 그으면 수술이 힘들거든요. 거의 조폭이나 마찬가지에요""성범죄는 요즘 들어서 나잇살 먹은 인간들이 7,8살짜리 친딸, 의붓딸을 상대로 저지르는 게 늘었어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런 성범죄자는 인간이길 포기했다고 해서 교도소 재소자들끼리도 안 좋게 봐요. 본인들도 부끄러워서 자랑을 못하고요"다시금 긴장감이 들었다. 만남의 행사에 나온 재소자들은 S2급이었다. 완화경비처우를 받는 이 재소자들은 춘천교도소에서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들을 보고 다른 재소자의 모습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는 교도관들의 말이 맞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교대로 밥을 먹으러갔다. 교도관 전용 식당에서 10분만에 후다닥 먹어치웠다. 뼈다귀 해장국이었다. 오후 1시가 되자 가족만남의 행사를 끝내고 재소자들을 버스에 태웠다. 한 재소자가 "이제 집(교도소)에 돌아가자"고 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교도관들이 먼저 내려 자리를 지켰다. 맨몸으로 재소자들을 막는 게 아닐까 불안한 표정의 기자에게 25년차인 이두희 교도관이 점퍼 안 쪽을 보여줬다. 수갑과 권총이 달려 있었다. 걱정 말란 뜻이었다.교도소 건물에 들어가자 재소자들이 여벌의 옷으로 갈아입고는 만남의 행사 중 입었던 옷을 물에 적셨다. 행사 때 입은 죄수복을 왜 물에 빠는 건가, 하고 의문이 들었다. 왜지?다음주에 2편이 계속됩니다박현준 기자 hjunpar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박현준 기자 hjunpark@ⓒ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