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데뷔일기]이선정⑬ 사지를 결박한 음모와 배신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성원제약은 승승장구했다. 꾸준히 흑자를 내며 쑥쑥 성장했다. 경험 삼아 참가했던 두 차례 중국 박람회에선 폭발적인 반응도 얻었다. 자신감을 얻어 중국 진출까지 결심했다.호사다마였을까. 하나 둘 불운이 엄습했다. 2년의 준비 끝에 중국 첫 수출에 성공했지만 현지 유통책이 말썽을 일으켰다. 물품만 받고 돌연 거래를 끊었다. 심지어 그동안의 '수고비'라며 물품 대금결제를 거부했고, 피땀 흘려 개척한 거래처도 고스란히 빼앗아갔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법적 해결도 어려웠다. 새로운 수익구조 마련을 위한 사업도 실패했다. 도매상인과 제조업체를 온라인으로 묶어주는 획기적인 약품 도매 사이트 개발에 나섰지만, 무려 다섯 차례나 '사이비' 개발업자를 만나 좌절됐다. 이선정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스터리라 느낄 정도로 일은 안 풀렸다. 숙원사업이었던 신규 공장 건설마저 난항을 겪었다. 주변의 소개와 철저한 사전조사 끝에 일산의 한 부지를 구입했다. 계약을 맺은 다음에야 엄청난 하자를 발견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구청도 포기한 땅이었다. 1년이 넘는 법적 공방 끝에 간신히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스트레스는 엄청났다.여기까지는 시련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창업 시절부터 이선정과 함께한 공장장이 있었다. 수년간 함께 일한 가족 같은 사이였다. 그가 하루는 건축업자 한 명을 소개해줬다. 굉장히 착하고 인상이 좋았다. 이선정을 친형처럼 깍듯이 대했다. 공장 건축을 위한 입찰에도 응해 가장 싼 가격을 제시했다. 결국 그와 함께 공장 건축을 시작했다.믿었던 그의 태도가 계약 후 싹 바뀌었다. 약속한 금액은 모두 지불했지만 자꾸만 공정을 멈추고 추가로 건축비를 요구했다. 나중엔 몇 억을 더 요구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자칫 건축허가가 취하될 위기까지 몰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친형제 같던 공장장도 돌변했다. 처음에는 건축업자를 잘 설득하겠다며, 자신만 믿으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고, 이틀 뒤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6억 정도 세금을 부과 당했다. 누군가 돈을 빼돌렸고, 책임은 다 이선정의 앞으로 돌려놨던 것.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사기였다. 철석같이 믿고 함께 일한 직원들이 회사 전체를 빼앗기 위해 배신한 것이다. 공장장과 건축업자는 물론, 영업부장, 경리 등 회사 요직에 있는 직원들이 입을 맞추고 문서를 조작했다. 세무고발도 공장장이 한 짓이었고, 회사에 남은 이들은 스파이노릇까지 했다. 수차례 고소했지만 법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매번 패소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된 거대한 쇼이자 음모였다.충격은 이선정을 쓰러뜨렸다.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전신마비가 찾아왔다. 다행히 회사를 빼앗기진 않았고, 짧은 투병 생활 만에 전신마비에선 풀려났지만 곧바로 우울증이 찾아왔다. 배신당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팔다리에 마비증세가 재발하곤 했다. 자살 충동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다. 절대 안정이 필요했다. 도저히 회사를 이끌어갈 수 없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불러 경영을 맡겼다. 집에서만 몇 개월을 쉬었다. 멍하니 방안에 앉아있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된 낡은 기타. 음악은 그렇게 이선정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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