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저출산ㆍ고령화는 우리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다.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런 저런 복지론의 근원지도 따지고 보면 저출산ㆍ고령화가 대부분이다. 문제의 심각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분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재원, 형평성 등 여러 과제가 얽혀 있지만 문제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해법의 출발이다. 이제 막 은퇴 연령에 들어선 '베이비부머'세대의 실태가 생생하게 드러난 조사결과가 나온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베이미부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20만여명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지난해 선두주자인 1955년 생을 시발로 은퇴의 길목에 들어섰다.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인 베이비부머들은 부모세대보다 나아진 여건에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지만 삶의 현실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평균 211만원을 예상하지만 노후 대비 저축액은 월 17만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절반 정도는 자녀 결혼비용과 교육비 때문에 저축이나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서울대가 전국 1955~1963년생 466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58.5%는 은퇴 후 빠듯하게 살거나 최저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은 재산은 적고 대부분은 현금화가 쉽지 않은 부동산(82.4%)에 묶여 있다. 금융자산은 14.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집을 줄여 은퇴자금을 마련하겠다거나 주택연금에 들겠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산업화의 주역답게 은퇴 이후 삶에 대체로 낙관하며 행복하다는 응답(42%)이 불행하다(6%)는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낙관적인 자세가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베이비부머는 자신의 노후자금도 부족한 형편에 상당기간 자녀교육과 결혼, 부모봉양의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끼인 세대'라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가족과 국가, 기업이 함께 경제문제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까지 이들의 삶을 포괄한 노후설계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허황한 복지론보다 은퇴 세대의 실체에 접근한 현실성 있는 노령화대책이 절실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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