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서울에서는 보통휘발유 가격이 ℓ당 2300원을 넘어서는 주유소가 등장했다. 경유 값도 가파른 오름세다.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은 기름 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걱정이 태산같다.그러나 기름 값의 거품을 거둬내겠다고 큰소리를 쳤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의 유가대책 태스크포스(FT)팀은 구성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름 값은 오늘 다시 올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917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만 48원이 오른 것이다. 지역별로 가장 비싼 서울은 평균 1987원으로 2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디젤 자동차에 들어가는 경유 가격도 함께 뛰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평균 가격은 1ℓ에 1726원으로 이달 들어 50원이 상승했다. 기름 값의 급격한 상승은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생업을 위해 자동차를 많이 굴려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더욱 그렇다. 화물차를 장거리 운행했을 때 기름 값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빼고 나면 남기는커녕 손해라는 말도 들린다. 물론 원유가격의 오름세가 기름 값을 끌어올리는 배경이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1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도 100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현물시장 가격이 즉각 국내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원유가격 구조를 알아보겠다고 한 것도 원유거래의 특수성과 국내 유가 결정구조에 의문이 제기된 때문이다. 원유도입 과정의 시차나 오를 때는 즉각 인상하고 내릴 때는 천천히 인하한다는 의구심을 제대로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장ㆍ차관이 나서 '다른 나라보다 기름 값이 비싸다', '정유사들이 이익을 많이 남긴다'고 비난한 게 지난 1월이다. 잘못된 기름 값의 가격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도 했다.기름 값은 계속 오르는데 정부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완벽하게 파헤쳐 기름 값을 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말과 현실이 달라서,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시간을 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무책임한 공언에 책임져야 한다.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 볼 일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