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시 대통령 '주의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증시가 조정국면을 이어가면서 시장에는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가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동계올림픽 관련주들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 정치인 관련 테마주는 대통령 선거 직전 또는 집권 후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근혜 테마주는 대선을 1년 이상이나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례적인 경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특히 최근 증권시장에 새로운 이슈나 재료가 없다보니 투기 세력이 일반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테마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박근혜 테마주의 이상급등 현상은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가 '한국형 생활복지' 정책 구상에 출산과 양육을 추가하면서 저출산 테마주가 폭등한데 이어 세계 물포럼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서 물 테마주가 형성됐다. 심지어 박 전 대표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표는 본의 아니게 '증시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박 전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이 증권시장의 테마로 재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후 관련주 대부분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요구받고 주가 급등사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진정되는 듯 했으나 이미 많은 묻지마 투자자들이 추격매수로 큰 손실을 입은 뒤였다. 감독당국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테마주 급등현상에 대해 일부 투기세력들의 불공정거래와 연결돼있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이번 박근혜 테마주의 경우도 과거에 나타났던 테마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섣부르게 묻지마 투자에 나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은 경기나 실적에 선행하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소문만으로 부풀려진 거품은 실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한순간에 꺼질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테마주의 끝은 암울했다. 테마주로 묶인 기업에 대해 조금만 더 살펴보고 투자하면 속 빈 강정을 물고서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임철영 기자 cyl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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